[박준동의 '월요전망대'] 물가 고공행진 와중에 성장률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은 '성장'과 '물가안정'이다. 물가상승률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고,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늘림으로써 국민들의 경제적 삶을 향상시키는 게 경제정책의 목표다.

이런 임무는 비단 기획재정부로 대표되는 행정부에만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도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임무는 '최대한의 고용(maximum employment)'과 '물가안정(stable prices)'이다. 한국은행도 현행법상 설립목적은 '물가안정'밖에 없지만,성장도 중시하라는 의무가 암묵적으로 부여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물가안정과 성장은 동시에 달성하기 쉽지 않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불황이 우려되면 정책금리 인하를 비롯한 경기진작책을,물가가 걱정되면 정책금리 인상 등 물가안정책을 쓰는 식이다. 문제는 두 가지가 동시에 걱정되는 시기에 발생한다. 물가가 불안한데 몇 달 뒤엔 경기마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금이 이 같은 상황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상반기엔 물가가 위험하겠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 중국의 긴축 등 영향으로 한국의 성장 탄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해 중반부터 물가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를 해놓고서도 행동을 머뭇거린 결과 선택하기 더 어렵게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주는 설연휴를 앞두고 물가 불안이 고조될 전망이다. 설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여기에 성장률과 소비심리 지표가 발표된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성장률을 26일 내놓는다.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을 6.1%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3분기 대비)만 하지 않으면 연간으로 6%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5일 발표하는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의 소비 증가세를 어느 정도 반영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IMF는 지난해 10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4.2%로 낮춘 바 있다.

한은이 26일 발표하는 1월 소비자동향지수에선 소비자심리지수(CSI)와 함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관심이다. 지난해 12월엔 CSI가 110에서 109로 하락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에서 3.3%로 높아졌었다. 27일 나오는 작년 국제수지에선 지난해 11월까지 250억6000만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가 12월 얼마나 더 불었을지 눈여겨 볼 만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속도전은 25일 삼화저축은행 인수의향서(LOI)마감 결과를 보면 성패 여부를 짐작할 수 있겠다. 현재로선 KB금융지주가 불참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 신한 하나 등 3개 금융지주가 LOI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엔 신한금융지주가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연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신임 회장 후보자들이 추려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