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사진)은 "애플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회사"라며 애플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권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대해 "병문안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권 사장이 공개 석상에서까지 드러낸 깊은 애플 사랑의 연유는 무엇일까.

◆'애플효과'의 교훈

지난해 6월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를 직접 들고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가 강조한 것 중 소비자의 이목을 끈 것은 '레티나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의 제품이었다. 레티나는 '망막(retina)'이란 뜻으로 애플은 기존 LCD(액정표시장치)보다 해상도를 극한으로 높였다는 뜻에서 별도 이름을 덧붙였다.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3.5인치의 선명한 화질이 찬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레티나 기술이 적용된 IPS 패널을 개발한 LG디스플레이에도 관심이 몰렸다. 권 사장은 "잡스가 신제품 발표를 하면서 LG디스플레이 성능을 극찬해줘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애플은 이어 아이패드에도 LG디스플레이 제품을 채용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권 사장은 '애플효과'를 경험하면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난해 말 3D(3차원)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겨냥해 FPR(필름패턴 편광안경 방식)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방식은 디스플레이에 편광 필름을 더해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요인을 줄인 것이 특징.안경을 이용해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삼성전자의 '셔터글라스' 방식과는 상반되는 기술이다.

◆"임원들을 춤추게 하라"

권 사장은 "애플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 창출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임원들에게 "춤을 배워 보라"고 조언한 것.지난해 말 열린 송년행사에서 50대 이상의 임원이 젊은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점잖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권 사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 방법을 고심하던 그가 떠올린 것은 '춤'.내부 소통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사내에 춤 강습 교실을 열기로 했다. 소식을 접한 임원들은 처음엔 당황했다. 하지만 "권위를 버리고 소통해 보자"는 권 사장의 취지에 공감하는 임원들이 늘어나면서 신청자는 전체 임원의 40%에 육박했다. 임원들은 1년 동안 실력을 갈고닦아 올 송년회 '공연'에 도전하기로 했다.

권 사장은 올해 LCD 시황과 관련해선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가격 하락 추세가 2월께 바닥을 찍고 3월부턴 회복될 것"이라며 "2분기 이후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 설립에 대해선 "당초 예상보다 중국 정부 승인이 지연되는 바람에 파주에 먼저 8세대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며 "서두르지 않고 시황을 봐 가며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