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큰 별' 박완서씨 별세] 박수근 화백과 인연 담은 '나목'으로 불혹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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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25전쟁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박완서씨는 노모와 어린 조카들의 생계를 위해 미8군의 PX(군부대 매점)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미군들을 대상으로 손수건에 초상화를 그려주는 박수근 화백을 만났다. 이때의 인연은 훗날 그의 등단작 《나목(裸木)》(1970년)으로 이어졌다.
이 소설은 전쟁이 터진 이듬해 겨울,서울이 막 수복된 직후를 배경으로 초상화 가게에서 일하는 화가를 통해 예술과 삶 사이의 갈등을 그려낸 것.서울 명동의 미군 PX 초상부에 근무하는 주인공 이경은 자기 때문에 두 오빠가 폭격으로 죽었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또 두 아들을 잃고 넋을 놓은 어머니와 암울한 집안 분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다 미군 초상화가 옥희도를 만나게 되고 '황량한 풍경'이 담긴 눈을 가진 그에게 끌린다. 두 사람은 명동성당과 장난감 침팬지가 술을 따라 마시는 완구점 사이를 거닐며 사랑을 나누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다.
옥희도는 진짜 화가가 되고 싶어했다. 이경은 어느 날 PX에 나오지 않은 옥희도를 찾아 그의 집에 갔다가 캔버스에 고목(枯木)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미군 PX에서 일하는 황태수와 결혼한 그녀는 나중에 옥희도의 유작전에서 지난날 그가 그리던 그림이 고목(枯木)이 아니라 나목(裸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이 바로 박 화백의 '나무와 여인' 시리즈다. 소설의 마지막처럼 벌거벗은 나무들은 죽어가는 고목이 아니라 모진 추위를 견디며 새 봄을 준비하는 겨울 나무였던 것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이 소설은 전쟁이 터진 이듬해 겨울,서울이 막 수복된 직후를 배경으로 초상화 가게에서 일하는 화가를 통해 예술과 삶 사이의 갈등을 그려낸 것.서울 명동의 미군 PX 초상부에 근무하는 주인공 이경은 자기 때문에 두 오빠가 폭격으로 죽었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또 두 아들을 잃고 넋을 놓은 어머니와 암울한 집안 분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다 미군 초상화가 옥희도를 만나게 되고 '황량한 풍경'이 담긴 눈을 가진 그에게 끌린다. 두 사람은 명동성당과 장난감 침팬지가 술을 따라 마시는 완구점 사이를 거닐며 사랑을 나누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다.
옥희도는 진짜 화가가 되고 싶어했다. 이경은 어느 날 PX에 나오지 않은 옥희도를 찾아 그의 집에 갔다가 캔버스에 고목(枯木)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미군 PX에서 일하는 황태수와 결혼한 그녀는 나중에 옥희도의 유작전에서 지난날 그가 그리던 그림이 고목(枯木)이 아니라 나목(裸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이 바로 박 화백의 '나무와 여인' 시리즈다. 소설의 마지막처럼 벌거벗은 나무들은 죽어가는 고목이 아니라 모진 추위를 견디며 새 봄을 준비하는 겨울 나무였던 것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