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밀폐용기 3대 메이커인 락앤락 삼광유리 코멕스산업.이들은 2006년부터 비방광고는 물론 법정소송도 불사하며 경쟁 수위를 높여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정 회사에 경고 조치를 내렸을 정도.일부에선 지나친 경쟁이라며 눈살을 찌푸리지만,'피 튀는' 경쟁은 결과적으로 세 회사 모두에 긍정적인 성과를 안겨줬다.

2006년 코멕스산업은 락앤락이 판매하는 폴리카보네이트(PC)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공격했다. 자사 제품의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은 안전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PC의 유해성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락앤락은 당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마침 삼광유리는 "유리가 제일 안전하다"며 강화유리로 만든 '글라스락'을 내놨다. 120도 이상의 전자레인지에서도 환경호르몬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러자 락앤락은 "삼광 강화유리는 전자레인지 사용 중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7년.그간 준비해 왔던 '내열유리용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300~400도의 오븐에서도 쓸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물론 삼광유리는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열을 가해 폭발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락앤락 제품은 표면이 약하다"고 맞받아쳤다. 동시에 내부 품질관리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경쟁사에 트집 잡히기 싫어서 제품에 미세한 칼집을 내가며 전자레인지에 돌려보고 있다. "(삼광유리 관계자)

락앤락 입장에선 이 대목에서 공세를 접을 순 없는 노릇.2009년 이 회사는 플라스틱의 일종이지만 전자레인지에도 사용할 수도 있고 가격도 내열유리보다 저렴한 '트라이탄'이라는 소재로 만든 용기를 출시했다. 락앤락보다 조금 늦게 코멕스산업에서도 트라이탄 용기를 내놨다. 코멕스산업은 깨지더라도 자동차 유리처럼 안으로 함몰될 수 있도록 만든 유리용기 제품도 내놨다.

세 회사가 서로 견제하면서 고품질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라이탄이나 내열유리 같은 소재로 밀폐용기를 만드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다 보니 각사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도 국내 경쟁사들의 도전이 가장 거세다"고 말했다. 락앤락이 해외시장에 일찍 눈을 돌린 것도 국내 시장의 절대경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락앤락은 중국 시장 매출이 내수보다 많다. 삼광유리는 지난해 미국을 포함한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했으며,코멕스산업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2개인 'iF'와 '레드닷'을 수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일본 등지에서 선전하고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사의 매출(연결기준)은 락앤락이 1414억원에서 3600억원(추정치)으로 155%,삼광유리(밀폐용기 부문)는 310억원에서 850억원(추정치)으로 174%,코멕스산업이 504억원에서 650억원(추정치)으로 28% 성장했다. 늘어난 매출의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거둔 것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