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완서씨의 빈소에는 폭설에도 불구하고 문단 안팎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정재계 · 문화계 추모 줄이어

첫날인 22일 김지하 시인 부부와 소설가 최일남 박범신 이승우 은희경 양귀자 김연수 김승옥씨,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이해인 수녀,장은수 민음사 대표 등 문인과 지인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건희 삼성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각계 인사들도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23일에는 작가인 현기영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소설가 한말숙 최윤씨,시인 김후란 문학의집 이사장,탤런트 최불암씨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도 빈소를 찾았다.

◆ '살림 냄새'가 나는 문학성

문인들의 상실감은 컸다. 평론가 김윤식 명예교수는 "그저 한국 문학이 텅 빈 것 같다. 한 시대가 지나갔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은수 대표는 "한국인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보편적인 경험을 가장 완벽한 한국어 문장으로 소화하면서 한 개인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보편적 기억으로 승화시켰다"고 고인의 문학적 업적을 평가했다. 소설가 이경자씨는 "선생님과 함께 극장이나 인사동,외국 여행이라도 가면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이 몰려들어 짜증이 날 정도였다. 얼핏 남루한 일상처럼 보이는 여성의 삶,일반 대중의 현실에 문학적 존엄성을 부여하면서도 대중적인 힘을 잃지 않았던 '살림 냄새'가 나는 그 저력 때문"이라며 울먹였다.

소설가 김별아씨는 "워낙 깔끔하고 예민하고 조쌀한,허점을 보이지 않는 선배 문인이었다"면서도 "몇 년 전 한 출판사에서 신작이 나올 때 파안대소하는 사진에 주름살이 좀 많아 보인다고 여성 후배작가들이 얘기했더니 다음 판에 사진을 바꾸실 만큼 천상 소녀 같은 면도 있으셨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고인 유지따라 부의금 안 받아

장례식장에선 "가난한 문인들의 부의금을 절대 받지 말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이 부의금을 사양했다.

유족으로 장녀 호원숙(작가) · 차녀 원순 · 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 · 사녀 원균씨 등 4녀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 ·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 김장섭씨(대구대 교수)가 있다.

◆서점가 판매량 3배 늘어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는 '박완서 전집' 등 고인의 작품을 찾는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22일부터 문의가 늘어 특별 매대 2개를 설치했다"며 "23일 판매량이 평소의 3배 정도 된다"고 밝혔다. 소설 코너 담당자는 "며칠 전까지는 작년 7월에 나온 에세이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만 찾던 독자들이 고인의 다른 작품까지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