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 해의 운세를 알기위해 토정비결을 보신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요즘은 사주카페나 타로 점(占)으로 운세를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전통은 토정비결이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은 토정 이지함 선생이 썼다. 삶의 대부분을 마포 강변의 흙담 움막집에서 청빈하게 지냈다하여 토정(土亭)이라는 호가 붙은 토정선생이, 용하다는 소문이 자자해 사람들이 찾아와 1년의 신수를 봐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쓰게 된 것이 바로 토정비결이다.

한 해의 토정비결이 정확하게 맞건 안 맞건 간에 어쨌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미래를 알고 싶고, 미래에 대해 알려주는 이러한 일은 참으로 중대한 업(業)을 짓는 일이기에 새삼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토정비결의 가장 주된 목적은 한 해 운수를 미리 알아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그 준비를 잘 하자는 데에 있지 않겠는가.

얼마 전 필자는 사주(四柱)에 도통했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나와 인연이 있던 사람으로 정부 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는데, 그가 다루는 업무가 종교와 관련된 일이 많아 틈틈이 사주를 공부하다 아예 그 쪽 전문가가 된 사람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의 사주풀이가 잘 맞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점점 상관들이 "언제 진급을 하겠는가?"하면서 그를 조용히 불러 사주를 물어보았다 한다. 그런데 그는 사주를 잘 보기만 했지 인간관계의 처신을 잘 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렵겠습니다." 내지는 "곧 옷을 벗으시겠습니다."라며 사주에 나온 대로 말해주었더니, 어느 날 인사발령이 났는데 지방으로 좌천이 되고 말았다.

그는 나에게 억울하다면서 "저는 사주대로만 말해준 죄 밖에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라며 신세한탄을 해왔다. 그 말에 나는 "그것이 바로 가장 무서운 업(業)입니다. 사주를 정확히 봐주는 것보다도 남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그는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과거와는 달리 너무나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러고서 하는 말. "아무래도 공무원을 그만 두고 사주 전문 카운슬러가 되는 편이 낫겠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했다. 그가 있는 곳은 정부기관 중에도 꽤 파워 있는 곳으로 모두들 가고 싶어 하는 근무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좋은 직장을 그만 두고 사주전문가가 되겠다니. 그의 말은 이랬다. "월급도 많이 받는 편도 아니고, 이 사람 저 사람 사주만 봐주다보니 영 피곤해져서요."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은근슬쩍, "요즘 증권 투자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물었더니, 그는 뜨끔하다는 표정으로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실은 제가 증권에 손을 댔다가 돈을 좀 잃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주 전문가라 자부했던 그가 돈을 잃다니. 신기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증권 운을 봐주면 백발백중 모두 큰 수익을 보는데, 똑같은 종목이라도 자신이 사면 꼭 하한가를 쳐서 돈을 잃게 되었다 한다. "다른 사람 점은 잘 봐주는데, 왜 제 운은 못 맞추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아직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운(運)이라는 것을. 아무리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 운과 남의 운은 다른 것이다. 운이 다르면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주가 거울이라면, 인생은 창문에 비유하고 싶다. 거울은 자신의 얼굴이 반사경에 반사된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지만, 이는 분명 반대인 허상에 불구하다. 하지만 창은 자신의 얼굴 뿐 아니라 밖의 경치까지 볼 수 있어 인생을 관조(觀照)하게 만들지 않는가. 신년 운세를 보더라도 부디 거울처럼 보지 마시고, 창을 보듯 넓게 인생을 관조해보심은 어떨지.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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