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캐피털업체와 대부업체가 선진국 시장을 잇따라 두드리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의 현대캐피탈 관계회사인 할부금융회사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자산은 올해 안으로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HCA는 작년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기록적인 판매 신장세(연간 24%)를 보임에 따라 2009년 5조원이었던 자산이 작년 말 현재 7조원으로 증가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 일본법인인 SBJ은행(자산 5조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소유인 HCA는 경영 및 재무관리를 3년 전부터 현대캐피탈에 맡겨왔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앞으로 5년 정도면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남미를 모두 커버하는 한국 금융사 최초의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하게 된다"며 "금융 세계화의 선봉엔 은행이 아니라 현대캐피탈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작년 유럽시장에 진출해 스페인 최대은행인 산탄데르의 자회사 '산탄데르 소비자금융'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독일에 합작사를 설립했다.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는 세계 최대 대부업 시장인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일본 대형 대부업체인 다케후지 인수전에 뛰어들어 14개사와 경쟁을 벌인 끝에 예비입찰을 통과했다.

러시앤캐시는 예비입찰을 통과한 미국계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탈매니지먼트 및 TPG캐피탈,일본의 도쿄스타은행 등 3개 업체와 최종 인수경쟁을 벌이게 된다.

인수 가격만 8000억원에서 1조원가량인 이번 인수 · 합병(M&A)전의 최종 인수자는 오는 3월 결정된다.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은 "가능성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케후지 자산 인수에 성공할 경우 러시앤캐시는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다케후지 자산을 현지법인에 이전시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자산만 12조원에 달했던 다케후지는 일본 금융당국의 강화된 이자 상한 정책에 따른 영업 악화로 작년 9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고 자산에 대한 공개 매각을 진행 중이다. 러시앤캐시는 중국 소비자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작년 7월엔 홍콩에 현지 사무소도 설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비은행권에 대한 규제가 덜한 국내 금융환경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비은행권 금융회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금융 분야의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진출이 점차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