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서비스·유통업 몰려
정년퇴직한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 준비없이 창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베이비 부머는 6 · 25전쟁 직후 출산율이 크게 높아진 시기에 태어난 1955~1963년생들을 말한다. 이들 가운데 1955년생이 작년에 처음 정년(만 55세 기준)을 맞았으며,상당수가 '생계형 창업'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경제신문과 나이스신용평가 조사에 따르면 작년 서울 및 6대 광역시에서 출범한 신설법인은 3만3715개로 2009년보다 7%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창업자 비중이 29%로 40대(3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50대 창업자 비중은 5년 새 7%포인트 급증했으며,이는 베이비 부머의 정년 도래 등 산업 주력 부대의 퇴직 물결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은퇴자들이 창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보기술(IT) · 벤처 · 제조업 등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직종보다는 골목상권의 소규모 서비스 · 유통업에만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2006년 전체 창업 중 54%를 차지한 서비스 · 유통업 비중은 지난해 64%로 크게 높아졌다. 자본금 규모로 보면 2008년까지 5000만원 미만 기업 비중은 6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73%로 크게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 창업자의 경우도 24%가 소규모 서비스업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당한 고급 인력들이 음식점 등을 개업했다가 1~2년 새 수억원을 까먹고 빈민층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며 "소상공인 창업을 장려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자를 성장시켜 창업 예정자를 임금고용자로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