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③] 유상호 한국證 사장 "중국서 중동까지…금융실크로드 구축 원년"
"그게 돼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3월 내놓은 종합자산관리서비스 'I'M YOU(아임유)'의 광고 카피다. 시중금리에 플러스 알파 수익률을 추구하는 '아임유'는 실제 대박을 터뜨렸다.

"그게 돼요?"라고 고객들이 반문했지만 실제 현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임유'의 공격형 상품의 경우 지난 25일 기준 수익률 22%를 기록했다. 적극형의 경우 12%대, 중립과 안정형은 각각 9%와 6%대 후반의 견조한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대부분 기존 자산관리서비스가 단일 상품들을 나열해 브랜드화한 것과는 달리 '아임유'는 공격형 · 적극형 · 중립형 · 안정형 등 4가지 투자자 유형에 맞게 구체적인 자산관리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상승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중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안정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51·사진)은 <한경닷컴>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시장에 휘둘리지 말고 고객의 이해를 우선하자는 모토를 실천했다"면서 "고객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평생금융동반자 이미지를 확고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임유'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의 경우 공격형 상품보다는 오히려 안정형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증권사가 고객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주는 상품이 앞으로도 더욱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문형 랩 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도 강화하겠지만, 소수 종목 집중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보완해 줄 수 있도록 공모펀드 비중도 적절히 안배하는 등 안정성을 높인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얘기다.

유 사장은 또 올해를 '금융실크로드' 본격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문 CEO(최고경영자)로서 한국투자증권을 단기간에 업계 대표 증권사로 재진입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 증권사 EPS를 인수했고, 중국 투자자문사 설립 등을 통해 국외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세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동안 업계에서 가장 앞서 준비해온 이슬람 금융도 주요한 사업 아이템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동에 이르기까지 금융실크로드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금융인프라가 취약한 베트남의 경우 올해는 홈트레이딩시스템 등 전산인프라를 완성하는 등 초석을 다지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베트남은 계단식 성장을 하고 있어 준비만 착실히 한다면 투자인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1등을 지향하더라도 껍데기만 있는 선두는 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진정한 업계 1위는 겉만 그럴싸한 것이 아니라 실제 높은 수익성을 얼마나 창출하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이를위해 모든 부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개인고객 부문에서는 개인자산 증대를 통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본사 영업부문은 업계 1위를 위해 더욱 분발해 줄 것을 주문했다는 것.

국내증시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보수적인 관점도 견지했다.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2250정도로 상정했다. 업계 평균이 2400~2500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증시는 외국인 유동성에 의해 올라온 측면이 강하다"며 "하지만 올해도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마냥 사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국의 긴축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지수 상단을 높게만 잡을 수 없는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매수여력이 충분하고 판드 환매도 주춤해지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이 계속될 가능성은 크다"며 "다만 단기변동성에도 대비하며 리스크 관리를 해나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목표수익률을 다소 낮춰 위험을 관리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주장이다.

증권사 성장의 핵심인 맨파워에 대해서는 현재의 인력이 최강임을 강조했다.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업계에서 핵심 사업 6~7개 부문에서 절반은 1등, 나머지도 선두권으로 올라선 것도 우수한 조직원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제는 각 분야별 최고 인력들이 서로 다른 부서와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인력운용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 국제부에서 증권맨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해외 비즈니스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1999년 메리츠증권, 2002년 옛 동원증권,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거치며 리서치 자산운용 국내기관영업 등 증권사 전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2007년 3월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할 당시 47세였던 유 사장은 증권업계 최연소 사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