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이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은 지 한 달여 만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비난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유증 공모를 주관한 증권사들은 물론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업체들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쌈짓돈'을 끌어다 쓰는 상장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증자참여시 투자지표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증권신고서'가 최근 잇따라 정정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지난해 10월25일 신주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처음으로 제출했다. 대한해운은 이후 11월16일, 12월3일 등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았고, 투자위험요소 등을 보완해야 했다.

대한해운은 애초에 기재돼 있지 않았던 '용선(선박 대여)의 비중이 사선(자체 선박)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벌크운임지수(BDI) 변동에 따라 매출액이 크게 변동할 수 있으며, 용선부문은 중단기 대선계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위험요소를 추가했다.

대한해운이 이번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했던 주된 이유로 업계에선 용선 중심의 사업구조를 꼽고 있다. 사실상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투자 위험지표로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용선과 다르게 사선부문은 기본적으로 원가보상방식의 장기운송계약을 하기 때문에 시황과 무관하게 수익이 난다.

또 다른 상장사인 유아이에너지도 신주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냈다가 '중요사항의 기재 불충분'으로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이 회사는 지난 7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뒤 지난주 투자위험요소를 추가로 기재했다.

유아이에너지는 두 번째 증권신고서에 '광구 운영자가 아닌 단순한 지분 참여자'라는 문구를 집어 넣었다. 당초에는 이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마치 광구 운영자일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전 대주주의 재판 진행사항까지 속인 곳도 있다. 케이비물산은 신주발행에 앞서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전 최대주주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마치 조사가 끝난 것처럼 꾸몄다. 역시 이곳도 '정정요구'를 받아 작년 12월17일에 이어 올 1월2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케이비물산은 지난달초 증권신고서에서 '당사의 전 최대주주였던 (주)에이치앤씨피앨라이즈의 대표이사 박철현씨는 당사의 2010년 1월29일 유상증자에 대해 가장납입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사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가 이를 다시 '조사 이후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라고 변경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