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공정사회 추진이 자유시장경제 원칙 훼손해선 안돼"
김황식 국무총리는 경제위기 이후 지난 2년을 회고하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역대 어느 때보다 국격이 높아졌다. 올해는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서는 획기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총리는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강연에서 "앞으로 10년은 진정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기회의 균등한 보장과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차별 없이 재기할 수 있는 '공정사회'가 새로운 사회 지도 이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총리는 '성공하는 총리의 조건'에 대해 "저의 특색은 정치권과 절연돼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치권의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원칙을 세워 나가겠다. 그걸 못하면 총리로서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34년 판사 경력의 장점을 살려 조용하면서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총리가 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희택 서울대 교수=정치적 슬로건으로서 '공정사회'를 말하기는 쉽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민물가 안정을 이유로 물가 안정기구를 자처하고 있는데 시장경제원칙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김 총리=지난해 9월 국민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70% 넘게 나왔다. 이를 토대로 정부 · 시민단체 ·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공정사회로 가기 위해 바로잡아야 할 갈등 항목들을 취합하고 있다. 80개 사안으로 정리해 조만간 대통령께 보고할 것이다. 기회균등,법 집행의 엄정성,건전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약자에 대한 배려와 실패한 사람의 재기,사회 병리현상 치유를 통한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핵심이다.

▲신 교수=정부가 올해를 국제개발협력(ODA)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북한 상황이 클로즈업된다. 북한과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타개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총리=현실적 여건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우선 천안함 · 연평도 도발 사태를 일으킨 북한이 전향적 자세로 나와야 한다. 먼저 사과해야 한다. 물론 우리도 변해야 한다. 올해 정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긴장을 완화하면서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이어갈 것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MB물가,집중관리대상 품목 등이 지난해 대비 4% 올랐다. 물가 상승 압력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책은 물가 통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일부 부작용도 우려된다.

▲김 총리=정부 통제는 불필요한 인상요인을 준다든지,인플레 심리를 만든다든지 하는 불합리적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은 적정 가격으로 조정돼야 한다. 상반기에 물가상승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인플레 압력을 줄이면서 하반기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 교수=무상시리즈 정책이 야당에서 나오는데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무상이라는 것은 없다. 복지라는 것은 매력적이라 발 담그기는 쉽지만 일단 발을 담그면 늪처럼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

▲김 총리=거창하게 이름 붙여 선택적 복지,보편적 복지로 나눠 논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건강보험은 보편적 복지가 맞다. 하지만 생활부조 등은 선택적 복지가 적합하다. 복지의 대상 · 분야는 그 시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능동적 복지'로 가야 한다.

▲최순자 인하대 교수=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리하고 차기 정부에서도 연계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필요하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정부가 최근 들어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옮겨가는 느낌이다. 정부 지출이 비효율적 · 비생산적으로 흘러가고 누수현상도 나온다.

▲김 총리='작은 정부다,큰 정부다' 같은 슬로건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 효율성의 문제다. 분야별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가령 치안 확립이나 외교 분야의 경우 인력을 늘려야 한다. 복지공무원 1명이 800가구를 챙긴다고 하는데 당연히 증원해야 한다. 늘릴 곳은 늘리고 줄일 곳은 확 줄여야 한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법치주의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킬 수도 없는 법,지켜지지 않는 법,지키려고도 하지 않는 법이 수없이 많다. 공정사회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법 정비가 필요하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신임 한국노총위원장이 복수노조 · 타임오프제를 개정하자는 선거 공약을 내놓았다.

▲김 총리=답변보다 다짐을 받으려는 것 같다. 7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문제는 노동계가 동요할 여지가 있다. 원칙대로,법대로 해 나갈 것이다.

▲허노중 동국대 교수=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돼도 법사위에 걸려 시행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원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ODA 원조를 늘리는 상황에서 '코리아 스탠더드'를 확산시키기 위해 퇴직 공무원 · 전문가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귀화 내지 이민정책에 대한 활성화가 필요하다.

▲김 총리=국적법을 개정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해외 우수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리=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