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이란 긴 세월 동안 판사생활에 익숙해진 때문인지 김황식 총리의 문답은 단순 명쾌했다.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내세우거나 국정 현안을 애써 잘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 그만큼 담백했다. 그렇지만 이례적으로 정치권과 검찰을 겨냥해서는 가감 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총리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 논쟁과 관련,"왜 논란이 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며 "너무 심각하게 논의되는 것은 정치인들의 뜻에 따른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정치권이 갈등 해소라든지 모든 사회적 이슈를 민의의 전당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정쟁으로 대립하는 모습이 주를 이룬 아쉬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각종 사회적 이슈,복지,4대강,천안함 사태 등 논의는 많았지만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소모적으로 진행됐다"며 "현안이 된 여러 갈등 과제가 우리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리는 또 공정사회 구현을 올해 역점 과제로 제시하면서 사법당국의 수사 절차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사 절차와 사법 절차,재판 절차에서의 공정도 중요한 과제"라며 "피의사실이 외부에 노출되거나 속된 말로 언론을 통해 망신을 당하고 나중에 무혐의,무죄가 되더라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명예가 다 훼손된다"고 꼬집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