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장률 6.1%] 4분기만 보면 0.5% 성장 그쳐…경기 상승국면 꺾였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반도체·LCD 업황 부진…4분기 설비투자 감소
한은 "일시적 숨고르기"…민간硏 "한은 다소 낙관적"
한은 "일시적 숨고르기"…민간硏 "한은 다소 낙관적"
국내 경제가 지난해 4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성장률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엔 0.5% 성장에 그쳐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성장국면에서 일시적 숨고르기'로 해석했다. 올해부터 성장률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며,경기가 아직 정상 궤도에 복귀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성장률 하락 지속
분기별 성장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집계된다.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전년 동기 대비)하거나 직전 분기와 비교(전기 대비)해 증감률을 산출한다. 경기가 사이클상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경제 흐름에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볼 때는 주로 전기 대비 성장률을 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4.8%였다. 3분기의 4.4%에 비해 소폭 높아졌다. 하지만 전기 대비 기준으론 0.5%에 그쳐 3분기의 0.7%보다 낮아졌다. 전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2.1%를 기록한 이후 2분기 1.4%,3분기 0.7%,4분기 0.5% 등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2009년 4분기의 성장이 미미한 탓(기저효과)이며 전기 대비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일부 부문에서 성장 탄력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실장은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는 3분기에 비해 1.6% 감소,2009년 1분기(-10.5%)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둔화는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 주요 정보기술(IT) 산업의 업황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와 LCD의 업황이 안 좋아 재고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설비투자 GDP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호조세
지난해 GDP 증가율 6.1%는 8년 만에 최고다. 투자 수출 소비 등 세박자가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설비투자는 2009년 9.1% 줄었으나 지난해 24.5% 늘어나 2002년(32.9%) 이후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수출 역시 14.1% 늘어 2004년(19.7%) 이후 최고였다. 민간 소비 역시 4.1% 증가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경제 성장률에서 부문별 기여도는 달라졌다. 경제성장률이 0.2%였던 2009년엔 정부지출이 1.5%포인트로 공공 부문이 경제회복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지출 비중은 성장률 6.1% 가운데 0.4%포인트에 그쳤고 민간 부문이 6.6%포인트에 이르렀다. 민간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얘기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기여도 역시 7.0%포인트와 2.2%포인트로 집계됐다. 건설투자와 수입은 각각 -0.4%포인트와 -7.9%포인트를 기록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5.8%로 경제 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 실질 GDI는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소득의 국내외 유출입을 반영한 것으로 이 수치가 실질 GDP를 밑돈다는 것은 성장의 과실이 일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경기전망 엇갈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둔화에 대해 '일시적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올 들어선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게 한은의 관측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으로 4.5% 성장률을 전망했다. 분기별로도 1분기 1.3%(전기 대비 성장률),2분기 1.1%,3분기 1.4%,4분기 1.5% 등으로 제시했다. 한은은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 등을 감안,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한은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 플러스로 돌아선 GDP갭이 올 들어서도 조금씩 그 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DP갭이란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로 플러스 폭이 클수록 경제가 과열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삼성 LG 등 민간 연구소들은 한은이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민간 경제연구소는 GDP갭이 올해도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두 연구소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삼성이 3.8%,LG가 4.1%다.
이혜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청년실업률이 늘어나고 이 때문에 다시 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잠재성장 능력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청년 고용을 촉진해 인적 자본의 훼손을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