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민심 추스르기' 다급해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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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신문들에는 지난 25일 한 시골 여성이 손에 쪽지를 들고 뭔가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과 이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원자바오 총리의 사진이 일제히 실렸다. 중국의 중앙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원 총리가 국가신방국(信訪局)을 방문해 민원인들을 직접 대면했다는 기사가 따라붙었다.
국가신방국은 국민들이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중앙 정부의 기관이다. 1949년 공산정권이 들어섰을 때부터 생긴 오래된 조직이다.
그러나 국가신방국이 제 기능을 해온 것 같지는 않다. '상팡런(上訪人 · 시골에서 올라온 민원인)'이 국가신방국 주변에서 당국에 붙잡혀가는 일이 흔치 않게 발생한다. 외국에서 귀빈이 오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국가신방국 주변 뒷골목엔 시골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민원을 접수시키지도 못한 '상팡런'들이 모여 살기도 한다.
원 총리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이야기를 직접 들어준 것은 지도자로서 해야 할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중앙언론들이 일제히 대대적으로 보도함에 따라 정치적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최근 중국 신문판공실이 각 언론기관에 당과 정부에 우호적으로 기사를 쓰도록 보도 지침을 내린 것을 생각하면 중국 정부가 뭔가 다급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중국에선 최근 관리들의 부패와 빈부격차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보도통제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연간 10만건 이상의 집단 시위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창당 90주년을 맞아 '당풍쇄신'을 내걸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정부패로 구속된 쩡진춘 후난성 천저우시 기율위원회 서기를 총살하는 등 나름대로 엄격하게 법도 집행하고 있지만,부정부패의 뿌리를 쉽게 뽑지는 못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전직 관료는 "부패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비판을 할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보도지침을 내려 여론을 장악하려 하는 것은 맥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국가신방국은 국민들이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중앙 정부의 기관이다. 1949년 공산정권이 들어섰을 때부터 생긴 오래된 조직이다.
그러나 국가신방국이 제 기능을 해온 것 같지는 않다. '상팡런(上訪人 · 시골에서 올라온 민원인)'이 국가신방국 주변에서 당국에 붙잡혀가는 일이 흔치 않게 발생한다. 외국에서 귀빈이 오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국가신방국 주변 뒷골목엔 시골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민원을 접수시키지도 못한 '상팡런'들이 모여 살기도 한다.
원 총리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이야기를 직접 들어준 것은 지도자로서 해야 할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중앙언론들이 일제히 대대적으로 보도함에 따라 정치적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최근 중국 신문판공실이 각 언론기관에 당과 정부에 우호적으로 기사를 쓰도록 보도 지침을 내린 것을 생각하면 중국 정부가 뭔가 다급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중국에선 최근 관리들의 부패와 빈부격차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보도통제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연간 10만건 이상의 집단 시위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창당 90주년을 맞아 '당풍쇄신'을 내걸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정부패로 구속된 쩡진춘 후난성 천저우시 기율위원회 서기를 총살하는 등 나름대로 엄격하게 법도 집행하고 있지만,부정부패의 뿌리를 쉽게 뽑지는 못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전직 관료는 "부패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비판을 할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보도지침을 내려 여론을 장악하려 하는 것은 맥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