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벤처업계의 명실상부한 '스타'다. 지난 20년간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인들이 명멸(明滅)을 거듭하는 동안 그는 회사를 지켜냈다. 그래서일까. 이날 그가 밝힌 휴맥스의 매출 1조원 달성 스토리에는 성공의 달콤한 추억보다 실패와 반성의 경험담이 가득했다. 변 대표는 "돌이켜보면 늘 도전하는 자세로 임했다"며 "한번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그걸 빨리 보완한 게 휴맥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맥스와 같은 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국내에서 기반을 갖추고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출 1조원 달성의 소회는.

"매번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좋은 결정을 해왔던 것 같다. 유럽에 셋톱박스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독자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공략키로 한 것 등이 그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0년 초반 TV사업 진출을 결정했다가 실패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휴맥스는 글로벌 무대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

▼대 · 중소기업 상생이 화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쪽 다 문제가 있다. 먼저 대기업은 힘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 경영자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중소기업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 분야에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어 과당경쟁을 펼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

▼매출 1조원 기업이 더 늘어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1970년 이후 창업한 회사 가운데 대기업 계열을 빼면 5~6개 회사만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정착돼 있어서다. 그러나 이는 '늙은 경제'다. 작은 기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젊은 경제'가 돼야 한다. 구글 애플과 같은 혁신형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추월한 뒤 혁신형 제품을 못 내놓으면서 몰락하고 있는 모습을 한국 기업들도 잘 살펴봐야 한다. "

▼향후 회사 경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적절한 시점에 좋은 전문경영인을 발굴해 휴맥스 경영을 맡기려 한다. 그런 다음 나는 지주사를 세워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

▼기업 인수 · 합병(M&A)을 할 계획은 없나.

"지금 당장은 휴맥스가 셋톱박스 이외에 다른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M&A는 그 다음에 검토할 생각이다. 또 M&A를 하더라도 지금 잘되는 사업분야보다는 앞으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 기술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추진할 것이다. "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