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씨가 지난 25일 제23대 한국노총 위원장에 재당선됐다. 이 신임 위원장은 당선 일성으로 '투쟁'을 강조한 데 이어,어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복수노조 허용과 타임오프제 도입을 명시한 노조법은 현장과 유리돼 있어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향후 노 · 사 · 정 구도의 일대변화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노조법 재개정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그가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타임오프제와,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제를 전면 재검토해 노동권을 찾는 데 인생을 걸겠다고까지 말한 것은 노사안정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겠다는 발상이다.

이 신임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한마디로 노동조합 운동을 정치투쟁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구시대적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그동안 우리나라 노사관계 발전을 가로막았던 최대 요인이자,근로자들의 권익 향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노사문화를 후퇴시키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사업장 내 다수의 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복수노조는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노동운동을 정치투쟁에서 조합원 권익을 중시하는 실리 위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제도다. 이미 시행중인 타임오프제 역시 당초 큰 혼란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정착돼 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마당에 또 다시 노조 관련법을 전면 재개정해 판을 뒤집겠다는 것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다.

이 위원장은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복수노조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것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 기업마다 수십개 노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들 모두와 개별협상을 통해 근로조건을 맞춰야 한다면 어떤 기업이 버텨낼 수 있겠는가.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한 주장인 것이다.

투쟁을 앞세운 노동운동은 노사간 상생과 화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더욱이 복수노조는 13년간이나 표류하다 한국노총도 참여해 노 · 사 · 정이 어렵게 합의한 것이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합의를 스스로 깨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 위원장은 어떤 노동운동이 진정 근로자들을 위한 길인지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