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에게 무더기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이나 교사가 정당을 금전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법원이 처음 판단을 내린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김우진 부장판사)와 민사23부(홍승면 부장판사)는 26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공노 · 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한 공판에서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등 교사와 공무원 223명에게 벌금 30만원을,양성윤 전공노 위원장 등 37명에게 벌금 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3명에게는 벌금 3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했고,다른 3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 불출석한 6명에게는 별도의 선고기일이 지정됐다. 검찰은 "범죄사실에 비해 형이 가볍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며 "이는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이 교사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정당법 22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법원은 "정당법 규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것"이라며 "정당 가입 금지규정이 교사의 정치적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거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당에 가입해 정당법이나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시효(3년)가 만료된 244명을 면소 판결하고,23명에 대해서는 당원으로 가입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양 위원장을 비롯한 전공노 공무원과 전교조 교사들은 민노당에 가입하고 당비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현행법은 공무원 또는 교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민주노동당에 돈을 기부한 교사들의 징계 의결을 미뤄온 시 · 도 교육청들이 '1심 판결 이후 징계하겠다'고 한 만큼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민노당에 후원금을 낸 혐의로 징계 대상이 된 전교조 교사는 전국적으로 137명이지만 이 가운데 서울 경기 강원 등 7개 시 · 도 소속 89명은 아직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 지역은 대부분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곳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공무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