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외국인에게도 주가지수 선물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외국인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시장으로 몰릴 경우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중국 증감위는 25일 상하이 · 선전 증시의 주가지수선물(CSI300선물) 거래를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QFII)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내달 12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시행할 방침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증감위는 외국인 선물거래가 투기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QFII의 지수선물 거래 한도를 각기 할당받은 쿼터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QFII의 거래 한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SI300선물은 중국 A증시(내국인만 거래)에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기초자산이다. 지난해 4월 개설된 후 석 달 만에 하루 거래대금이 40조원 규모로 급성장,코스피200선물을 따라잡았다. CSI300선물은 선물 투자 경험이 있는 내국인만 거래할 수 있고,증거금도 50만위안(8500만원)으로 코스피200선물(1350만원)보다 비싼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수선물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수선물 개방은 지난해 미 · 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언급돼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거래 한도에 따라 국내 외국인의 이탈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생상품 시장의 특성상 거래 위축은 유동성 감소로 이어져 시장 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선물 거래가 막혀 연계성이 높은 코스피200선물을 대신 활용해왔다. 이들이 현물 포트폴리오를 일치시키기 위해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CSI300지수의 변동성이 코스피200보다 높아 투기거래 매력도 높다. 국내에선 차익거래에 거래세 도입으로 불리해진 점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라는 견해도 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의 지위가 단시간 내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시장을 통한 선물 연계거래가 가능해져 헤지펀드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차이나펀드를 운용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QFII들로선 변동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헤지 수단이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광진/김유미 기자 kjoh@hankyung.com


◆ QFII

Qualified Foreign Institute Investor.중국의 내국인 전용 주식인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를 의미한다. 2002년부터 허용됐으며 현재 97곳이 QFII로 승인을 받았다. 이들의 투자 쿼터는 197억달러로,중국 양대(상하이 · 선전) 증시 시가총액의 1%에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