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휴대폰 명가(名家) 재건에 나선다. "

LG전자는 작년 4분기 매출 14조6977억원,영업손실 2457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80여개 해외 법인 등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것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LG전자의 캐시카우였던 휴대폰사업부(MC사업본부)가 274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게 결정적이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55조7538억원,영업이익 1764억원을 올려 적자를 면했다. 시장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이날 주가 하락률이 0.82%에 그쳤다.

LG전자가 구상하고 있는 반전의 카드는 다양한 스마트폰이다. LG는 올해 4조8000억원을 연구 · 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스마트폰 사업에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정도현 부사장(CFO · 최고재무책임자)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올 1분기엔 매출은 전분기 대비 감소해도 수익성은 상당폭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휴대폰사업부는 2분기 중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과 TV가 실적 악화 원인

LG전자는 전통적으로 4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듬해 1분기가 전자제품 비수기여서 제품 출하량이 줄어드는 반면 재고 소진 등을 위한 마케팅 비용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에는 특히 휴대폰과 함께 TV 부문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적자가 늘었다. MC사업본부는 매출이 3조5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연간으로는 매출이 23.9% 감소한 13조840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적자는 7088억원에 달했다.

TV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HE사업본부도 작년 4분기 매출은 6조2053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음에도 1218억원의 손실을 냈다.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면서 판매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A사업본부(가전)와 AE사업본부(에어콘)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HA사업본부는 4분기에 매출 2조8193억원,영업이익 780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2.8%로 전년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북미시장은 물론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 판매가 19% 증가한 데 힘입은 것이다. AE사업본부는 4분기 매출이 9127억원으로 50.5%나 늘어나면서 전년 277억원 영업적자에서 97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스마트 전쟁 반격 채비

LG전자는 올해 59조원의 매출 목표를 설정했다. R&D 2조5000억원,시설투자 2조3000억원 등 사상 최대 규모인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폰과 스마트TV,수(水)처리,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실적 회복의 관건은 휴대폰 사업이 언제 본궤도에 오를 것이냐다. LG전자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10월 출시한 보급형 '옵티머스원'이 인기를 끌면서 4분기에만 39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은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부터는 프리미엄급 '옵티머스2X'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옵티머스2X의 하루 예약판매가 6500대에 이를 정도로 국내 반응이 좋다"며 "내달 말부터 해외 판매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2분기 중 '옵티머스 블랙'을 내놓는 등 올해 10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올해 1억2000만대의 휴대폰 판매 목표량 중 19%인 2280만대를 스마트폰으로 팔아 매출 기준으로 스마트폰 비중을 48%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17%까지 올라 왔다"며 "20% 이상이면 휴대폰 사업이 흑자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