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이 실적 악화로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증시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대한해운의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은 물론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대한해운 주식 · 채권 투자자 '패닉'

대한해운의 주식과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지난 25일 대한해운의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26일에는 상장채권의 거래가 중지됐다.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에 거래까지 정지돼 투자자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류성곤 한국거래소 주식시장총괄팀장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보통 1개월 정도 걸린다"며 "거래 재개 시점 등을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특별히 답변해 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대한해운은 관리종목으로 매매가 재개된다. 회생안이 거부되면 청산작업이 진행되면서 주식 정리매매에 들어가게 된다. 한 해운담당 애널리스트는 "대한해운이 한 달 전 유상증자를 실시한 터라 투자자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 클 것"이라며 "거래 재개시 주가 급락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회사채 투자자들도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9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최근 2년간 채권 발행으로 2500억원을 끌어모았다.

◆증권 · 운용사도 '빨간불'

기관투자가들이라고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대한해운의 주식을 편입하고 있는 펀드는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웰스중소형인덱스펀드'를 비롯해 모두 23개로 집계됐다. 대부분 인덱스펀드로 대한해운이 편입돼 있는 KRX100지수 등을 추종하고 있는 탓에 아직도 주식을 보유한 상태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등을 통해 빌려준 대한해운 주식 투자자금도 상당하다. 26일 현재 대한해운의 신용융자잔액은 약 88억6000만원(40만1875주)이다. 신용거래잔액이 올 들어 꾸준히 늘어난 상황이어서 거래가 재개될 경우 깡통계좌가 속출할 우려가 있다.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사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처지다.

작년 12월 유상증자를 주관했던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은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대한해운의 신용등급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투자적격등급인 'BBB+'(안정적)로 유지한 신용평가사들의 신뢰성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신정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대한해운의 신용등급을 최하 등급인 'D'로 뒤늦게 하향 조정했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채권 유통시장에서는 대한해운의 부실 가능성이 이미 작년 말부터 공공연히 회자됐다"고 전했다.

◆해운주 투자심리 악화

대한해운 쇼크로 비우량기업의 유상증자나 회사채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유상증자와 실권주 청약에 12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유입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투자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주들에 대한 단기적인 투자심리 악화도 불가피하다. 한진해운은 전날 0.79% 내린 데 이어 이날 1.46% 떨어져 3만7150원에 마감됐다. 반면 조선 · 은행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돼 대부분 반등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대한해운에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대한해운은 법원의 허가 없이 재산 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고 채권자들의 가압류나 가처분,강제집행 등도 금지된다. 재판부는 향후 대표자 심문 등을 거쳐 대한해운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지연/박민제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