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교육 재건 개혁 책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년 의회연설 화두다. 그가 내세운 '미국이 미래에 승리하기 위한 4가지 단계'의 핵심 키워드다.

그는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하고 일자리와 경제를 강조하면서 황금시간대에 미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다"며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미국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여야 협력 아래 경제 회복은 일자리 창출로 측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그러면서 "미래의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연결시켰다. 그 첫 단계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창의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우리 시대의 스푸트니크 순간에 와 있다"고 말했다. 1957년 옛 소련이 먼저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올리자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과학 수학 공학 분야 등에서 미국의 분발을 촉구해 미국은 결국 1969년 소련에 앞서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오바마는 혁신을 위해 청정 에너지,친환경차,정보기술 연구 · 개발(R&D)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5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청정 에너지원에서 미국 전력 수요의 80%를 충당할 것"이라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어 "2015년까지 전국 도로에 100만대의 전기차를 운행시키겠다"고 약속했다.

2단계인 교육 분야에서는 "향후 10년에 걸쳐 과학,기술,공학,수학 관련 우수 교사 10만명을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이들에게는 "국가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교사가 돼라"고 촉구했다. 4년간 대학 학비에 대해 1만달러에 이르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3단계로는 국가 인프라 재건을 내걸었다. 그는 인터넷 도로 공항 등 미국의 사회기반시설 수준에 'D' 평가를 내렸다. 25년 내에 전 국민의 80%가 고속철도를 타고,5년 내 미국인의 98%가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업을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의료보험 개혁법 개선 등을 다짐했다.

마지막 단계로 국가부채 해소를 제시했다. 당장 향후 5년 동안 재량지출 예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재정적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디케어(65세 이상 노년층 대상),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보험 혜택) 지출 등 사회복지시스템도 손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유층 감세 연장은 한시적이라고 재차 확인하면서 재원 마련 방안을 덧붙였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적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연간 40억달러에 달하는 정유 및 가스회사에 대한 세금 보조 혜택은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는 정부 부처 간 업무 중복을 없애고 중복 기능을 가진 부처 간 조직 통 · 폐합 의지까지 내비쳤다. 다만 반드시 필요한 R&D 투자 등에서는 지출을 늘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라며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