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으로 크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국내 주요 중소기업 대표 112명과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고용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 확보와 연구 · 개발(R&D)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강소기업에는 무엇보다 인재가 필요하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또 글로벌 시장 진출 토대 마련과 신성장 산업 분야의 행정 효율성 개선 등을 정부에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는 중소기업 성공사례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평소 관례와 달리 대통령의 모두발언 없이 실무적인 중소기업 고민과 애로사항,성공 노하우 등을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는 "분위기는 훈훈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고 말했다.

성공사례 발표는 지문인식 전문업체인 슈프리마와 카메라 모듈 업체인 엠씨넥스,절삭공구 전문기업인 한국OSG,제대혈 은행 국내 1위 업체인 메디포스트가 맡았다. 슈프리마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하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증을 획득한 업체다.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는 "80여명 전 직원을 모두 박사급 전문인력으로 구성한 것이 성공요인"이라며 "국내에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다 보니 초기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엠씨넥스는 연평균 65%씩 성장해 창업 6년 만에 매출 1370억원을 달성했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는 두터운 기술개발 인력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특유의 민첩성도 성공에 힘을 보탰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초기 6명의 인원이 개발과 제조와 판매를 동시에 진행했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를 잘 맞춰 제일 작게,가장 빨리 론칭한 것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한국OSG는 일본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공구 본가 일본에 역수출했다. 정태일 대표는 "종신 고용과 중장기 교육 시스템을 통해 고용 안정성을 높여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였다"고 성공비결을 설명했다.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는 "작년 10월에 아프리카를 처음 다녀왔는데 생각했던 아프리카와 직접 가본 아프리카는 많이 달랐다"며 "중소기업이 빨리 진출해야 유럽을 이길 수 있고 중국을 이길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을 한번도 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50%쯤 된다는데 이런 기업에 해외를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는 "직원이 16명인데 사람을 뽑는 게 참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래서 주변 지인을 통해 연락처를 받는 식으로 우수한 직원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며 "우리 같은 작은 벤처기업에도 우수 인재가 모일 수 있는 토양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토론시간에는 정부에 대한 다양한 건의 사항이 나왔다. 기중현 연우 대표는 원 · 부재료 공급 인프라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작은 부품 하나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한국은 수요가 적은 부품은 구하기 힘들다"며 "원 · 부자재 공급을 담당하는 대기업들도 물량 조절에 나서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지난 10년간 공들여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최종적으로 의약품 허가 과정만 남겨두고 있다"며 "바이오의약품은 첨단 의약품으로 분류돼 몇 명의 전문인력이 행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애써 개발한 의약품의 국제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신성장 분야에서 행정 전문인력을 증원하는 데 반드시 도움을 주겠다"며 "아울러 오는 4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하면 정부가 국가 R&D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중소기업에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4만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분 같은 새로운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소기업인이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정부도 예전과 달리 융통성 있는 정책을 통해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창업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중소기업 관련 규제도 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경봉/이준혁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