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안에서 작전을 짜서 천 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걸로 말하자면 나는 자방(子房)을 따르지 못하오.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다독이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소하를 따르지 못하오.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기어코 빼앗아 취하는 일에서는 내가 한신을 따를 수 없소."

기원전 202년 한(漢)을 건국한 고조 유방은 이렇게 말했다. 《한초삼걸(漢初三傑)》(장다커 · 쉬르훼이 지음,지식노마드,1만8000원)은 장량 · 소하 · 한신이 유방을 도와 항우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제패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세 사람은 재능만큼이나 성장 배경과 성격이 제각각이었다. 귀족 출신인 장량은 발이 넓었고 세상이 놀랄 만한 일도 거침없이 벌였다. 중산층 출신인 소하는 일 처리와 대인관계가 조심스럽고 신중했으며 가난했던 한신은 의리와 우정,공명을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분야에 정통했고 정성을 다해 유방을 보좌했다. 그래서 유방은 "내가 이 걸출한 세 사람을 기용했기에 천하를 얻었다"며 참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