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보고서를 고치면 조직이 죽습니다. "

27일 임기를 마치고 국회로 복귀한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은 이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장관상(像)'을 밝혔다. 후임 장관에 대한 충고처럼 들렸다.

최 전 장관은 "(보고서의)글을 고치는 사람은 과장도 있고, 국장도 있다"며 "장관은 보고서를 고치는 데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지 말고 그 시간에 정책 아이디어를 더 고민하고 자료와 현장을 하나라도 더 챙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1년 4개월여간의 재임 기간 중 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 단 한 줄의 첨삭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소개했다.

후배 공무원들에게는 애정 어린 '쓴소리'를 던졌다. 최 전 장관은 "요즘은 관료가 정치화됐다"며 소신 없는 관가 문화를 꼬집었다. 그는 "정권이 5년마다 바뀌니까 공무원들이 소신대로 했다가는 찍혀서 출세를 못하는 사정이 있었다"며 "이런 것이 관료들만의 잘못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공무원이 소신 있게 결정한 정책에 대해서는 장관과 정치인이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소신 있게 버텨줘야 한다. 정치적 판단은 정치인이, 장관이,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료가 소신을 잃고 정치적으로 행동하면 나라가 흔들린다"고도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