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증권가에 필독서가 등장했다. ‘한국증시 테마분석 2011'이라는 책이다. 650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책은 국내 증시의 테마를 233개로 나누고 해당 기업들과 테마들의 히스토리까지 한 눈에 정리했다.

용어에 대한 설명부터 테마에 대한 자세한 분석까지 쉽게 정리했다. 해당 산업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이메일 연락처까지 담겨있다. 그렇다보니 기자들은 물론이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RA(보조연구원)들의 책꽂이에 한권씩은 꽃혀 있다.

제법 비싼 가격에도 초판은 물론 2판까지 팔려 나갔다. 이 책을 펼쳐내기까지 사고(?)를 주도한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난 26일 여의도 하나증권빌딩에서 만났다.

박 센터장은 "증시의 테마가 금방 사그라들면 '이슈'에 그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산업'이 된다"며 "개인투자자라도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테마를 발굴한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사는 쪽(바이사이드라고 불리며 자산운용사나 자문사 등을 말한다)과 파는 쪽(셀사이드로 증권사를 의미한다) 두 곳 모두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경험했다. 2007년 7월 당시 삼성투신운용 리서치센터장 자리에서 서울증권(현재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 이어 현재 KT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는 리서치센터 내 애널리스트들을 베스트 반열에 여러 번 올렸다. 법인영업을 축으로 하는 KTB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의 날카로운 분석과 보고서로 기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기관들에게 이미 좋은 평가를 받는 박 센터장이 그들만의 비밀을 풀어논 이유는 뭘까? 그것도 애널리스들과 시장에 대응을 하면서, 6개월간 밤새는 일을 자처하고 따로 자료조사를 감행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는 "회사(KTB투자증권)가 개인들과의 접점이 적은 편인데, 그렇다고 개인 투자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며 "리포트 말고 책으로 펴내면 개인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센터장은 "개인들은 땅이나 집을 살 때에는 심사숙고하고 몇 번을 따져보지만 주식만은 아니다"라며 "따져보기는 커녕 주위의 말만 듣고 테마에 뒤늦게 뛰어들곤 해 낭패를 봤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이 점이 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마투자를 경계하라는 뜻에서 펴낸 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테마의 히스토리를 보고 세상을 바꿀 테마라면 장기투자를 통해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7년 NHN과 다음 등이 형성한 인터넷 테마가 현재는 '인터넷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러한 기준에서 지금 주목할만한 테마로 태양광,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꼽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산업 중 태양광 테마가 유망하다는 것. 2차전지는 전자제품용이 아니라 자동차용이 낫다는 설명도 곁들였다.또 LED 가격이 낮아지면서 기존의 디스플레이 수요를 대체할 시기가 됐다고 박 센터장은 예상했다.

그는 "태양광과 LED는 지난해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는 과도기적인 현상이었다"며 "가격이 낮아진 만큼 관련산업이 커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라고 역설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P(가격) 또는 Q(양)가 늘어나야 하는데, 이제는 태양광과 LED는 Q가 증가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그는 2차전지 관련 기업 중에서는 오랜기간 자동차용을 개발해왔던 LG화학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박 센터장은 이 밖에도 미래에 유망한 테마로 '천연가스'를 들었다. "미국 주요 정유회사들이 미국 전역에 난립해 있는 가스전을 사들이고 있다"며 "단기적이진 않지만 앞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연료로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