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수연씨는 얼마 전 현대홈쇼핑을 통해 생활용품 수납박스 ‘락앤락 리빙박스’ 4세트를 주문했다. 아기가 생겨 집이 좁아졌지만 전세값이 크게 올라 당장 이사가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을 옮기기 어려우니 기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수납박스를 샀다”며 “언제 전세값이 떨어질지 모르니 장을 사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홈쇼핑 업계에서 생활용품 수납박스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값이 크게 오르며 김씨처럼 이사보다 기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홈쇼핑이 발표한 지난해 인테리어 수납박스 매출 조사에 따르면 전세값이 뛰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7~12월) 수납박스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1~6월)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생활용품 수납박스인 ‘락앤락 리빙박스’와 ‘프리미엄 이지박스’는 각각 2010년 현대홈쇼핑 히트상품 2위와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하반기 생활용품기업 이지박스, 락앤락, 까사미아의 수납박스 판매액이 상반기대비 40% 신장했다고 밝혔다.

주 1회 이상 생활용품 수납박스 방송을 편성한 GS홈쇼핑은 “락앤락 리빙박스와 라이젠탈 접이식 다용도 수납함 두 제품의 매출만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설영철 GS샵 생활용품 과장은 이같은 인기에 대해 “수도권 전세값이 급등, 집을 옮기는 것보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이로 인해 보통 수납박스는 이사철인 봄과 가을에 주로 판매되지만 최근에는 이사철이 아닌 한겨울에도 매출이 줄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락앤락 홍보팀 또한 “지난해 다수의 동종업체들이 홈쇼핑 마케팅에 나서며 전체 수납시장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전세값이 크게 상승한 것도 이러한 인기에 일조했다”며 “올해 상반기에도 프로모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납박스 중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락앤락의 리빙박스는 지난해 하반기 지에스(GS), 현대, 씨제이(CJ), 롯데홈쇼핑에서 총 2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138억원)보다 54%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수납박스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GS홈쇼핑은 올해 수납박스 매출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나 100억원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