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올 들어 2008년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새해 벽두부터 농산물 가격 급등과 관련해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들이 당시의 징후들을 단계별로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 가격의 이상 급등이 일반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밀어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첫번째 징후는 이상 기후 등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과 가격 폭등이다.두번째가 이로 인한 해당 농산물의 수출 제한이며, 세번째가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벌어지는 서민들의 식량폭동이다.곧이어 나타나는 게 식량가격 상승을 막기위한 정부의 긴급조치다.가격제한과 수입관세 인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이미 여기까지는 모두 진행됐다.

지금 벌어지는 현상이 애그플레이션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패닉 바잉(panic buying),즉 사재기 현상이라는 것이 FT의 진단이다.애그플레이션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얘기다.

FT에 따르면 실제 지난 2주 동안 개발도상국에서는 평년과 다른 비정상적인 곡물 수입이 이뤄지거나 때 아닌 수입 증대 계획이 잇따라 발표됐다.밀과 쌀이 대상이다.물가 상승에 따른 사회 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새해 벽두부터 곡물가가 급등한 것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 밀가루용 소맥 국제 가격은 27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당 8.6달러를 거래돼 29개월 만의 최고치로 올랐다.제빵 용으로 주로 쓰이는 고급 대맥은 미국 캔사스와 미네아폴리스 지역에서 이미 부셸당 10달러 가까이 치솟은 채 거래된다.

아직 2008년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쌀 가격도 지속적으로 올라 최근 3개월 만에 최고치인 t당 550달러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이같은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정부 차원의 사재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FT의 진단이다.

알제리는 지난 26일 60만t의 밀을 사들였다.올 들어서만 모두 170만t의 밀을 사들인 셈이다.평균 500만~550만t 규모인 연간 수입량의 30%를 한달 만에 채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같은날 “올해 밀 수입량을 지난해의 두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세계적인 쌀 수입국인 방글라데시도 지난 27일 곡물 수입 목표를 120만t으로 늘려잡았다고 밝혔다.당초 계획 60만t의 두배 규모다.바드룰 하산 정부식량감독청의 구매담당 국장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재기 수요 때문에 (수입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까지 가세한 사재기 현상은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일반인들의 사재기를 포함한 곡물 매집을 한층 확산시키는 악순환의 출발이다.2008년 애그플레이션의 닮은 꼴이다.

쌀은 그나마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밀은 생산량이 좀체 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미국 호주 브라질 등 주요 생산지가 홍수와 한파,가뭄 등 이상 기후로 피해를 입은 탓이다.

FT는 “밀은 올해와 내년도 비축량을 채워넣기에 빠듯한 실정인 만큼 가격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