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중국엔진, 개인투자자 대상 IR 현장을 가다
"자동차 기어 부품의 영업이익률이 50%에 이르는데 앞으로도 완성차 업체들이 이렇게 높은 수익성을 보전해 줄 지 어떻게 확신합니까?" / "신공장 완공이 왜 계속 지연되나요?" / "대주주가 이전에 지분을 매각했는데, 또 다시 매각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 25일 오후 중국 푸젠성 진장시 중국엔진집단 본사 건물 3층 회의실. 투자자들의 날 선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진땀이 날 법도 한데 왕겅성 사장은 시종일관 여유를 보이며 조목조목 질문에 답했다.

수익성과 관련한 질문에는 "한국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관계가 종속적이어서 단가 후려치기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중국 완성차 업체 어디든 납품이 가능해 문제가 없다"고 맞받았고, 신공장 건설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날씨와 공사인력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예상보다 완공이 늦어지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가동하겠다. 오는 3월 안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대주주 지분 매각 건은 "추가로 팔지 않겠다는 확답을 대주주로부터 들었다"고 공언했다.

이날 질문에 나선 이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다. 왕 사장의 지시로 회사는 최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탐방 신청자를 모집했고, 이 가운데 5명을 무작위로 뽑아 중국 현지에 초대했다. 전업 투자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회사를 다니면서 짬짬이 투자를 하는 순수 '개미'였다. 하지만 이들의 질문 수준은 "기관 투자자 못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평가다.

왕 사장은 투자자들과 함께 공장 내 시설물을 둘러보고 직접 공정 과정 하나하나를 설명하면서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중국 기업이어서 직접 찾아가기도 어렵고, 실제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믿음도 안 간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지적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상장 이후 (투자자들의 시선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반 투자자를 회사에 초정한 것은 기관 투자자와는 다른, 유연성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직접 회사를 보면 최소한 근거 없이 비난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중국엔진 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가 기관보다는 개인이 훨씬 많다는 실질적인 부분도 고려됐다.

탐방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회사를 잘 이해하게 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지에서 부동산 투자를 주로 하다가 10개월 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우 모씨(45)는 "탐방 이전 궁금했던 부분 중 80%는 해소된 것 같다. 몇 가지 의구심은 남았지만 이 정도면 상당한 진전이다"면서 만족감을 나타했다.

대구의 한 기계 회사에 다니는 손 모씨(40)는 "자동차 기어 제품의 생산 공정이 내가 다니는 회사의 공정과 크게 차이가 없어 상당히 흥미롭게 지켜봤다"면서 "작업 여건이 한국 회사들에 비해 많이 낙후돼 있긴 하지만, 재고가 발생하지 않고 바로바로 제품이 출하된다는 점은 놀랍다"고 말했다.

손 씨는 또 "회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고, 내가 본 것들을 관심이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회사에 대한 조언과 제안도 아끼지 않았다. 증권사 출신으로 현재 사모펀드를 운용중이라는 박 모씨(47)는 "최근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구가 많은 저소득 층을 공략하는 게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중국엔진의 경우 오토바이 판매 전략을 잘 수립하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회사가 지나치게 자기자본으로만 사업을 끌고 가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적절히 섞어 활용하면 성장기에 있는 회사는 더 빠르게 성장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리장으로 있는 구 모씨(38)는 "주가 부양을 위해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약속했는데 정작 최대주주는 지분을 매각해 황당했었다"면서 "비슷한 사례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 사장은 "상장 이후 차이나 디스카운트(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상태에 있는 것)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으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며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것 뿐 아니라 IR 등을 강화해 투자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푸젠성 진장(중국)=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