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자꾸 주무르시는 어머니…허리디스크 때문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설 연휴 부모님 건강 체크
갑자기 체중이 많이 줄었다면 암·당뇨·갑상샘항진증 가능성
가까운 거리도 앉았다 섰다 반복
'어지럼증' 의심…이비인후과 진료를
갑자기 체중이 많이 줄었다면 암·당뇨·갑상샘항진증 가능성
가까운 거리도 앉았다 섰다 반복
'어지럼증' 의심…이비인후과 진료를
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건강에 대한 안부를 묻지만 부모님은 혹시나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고 숨기기 십상이다. 29일부터 길게는 9일 동안 보내는 이번 설에 부모님 곁에서 일상적인 생활패턴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체중의 변화
부모님이 평소와 달리 6개월 동안 체중이 10% 정도 줄고 더위를 견디지 못할 경우 암이나 갑상샘기능항진증,소화기능저하,당뇨병,뇌하수체기능저하,폐결핵,간질환,심장질환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예컨대 체중이 줄면서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고 소변이 잦다면 당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건강검진이나 위내시경 같은 것을 시행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갑작스런 체중 감소를 보이면 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초음파 또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으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눈앞이 캄캄하다
10분 거리밖에 안 되는 동네시장을 갈 때 몇 번씩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거나 하늘이 노래지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면 노인성 어지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원인이 다양한데 귓속의 평형기관 이상이 가장 흔해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하다. 고개를 조금만 움직여도 심하게 빙빙 돌고 구토 증세가 동반되면 십중팔구 이에 속한다. 이 밖에 뇌 · 심장 · 혈관질환,정신과질환,약물독성에 의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뇌경색이 원인이면 물체가 두 개로 보이고 사지운동에 장애가 온다. 소뇌에 이상이 있으면 발음이나 보행에 지장이 생긴다. 당뇨병 고혈압 협심증 같은 만성질환을 오래 앓았을 경우 어지럼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팔다리가 저린다
부모님이 자주 팔다리를 주무르거나 저린 증세를 보인다면 단순 혈액순환 장애로 판단하기보다는 수근관증후군이나 목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수근관증후군은 반복적인 가사노동으로 손목의 인대가 굵어져 손가락으로 흐르는 신경을 압박해 생긴다. 간단한 수술로 고칠 수 있다. 어깨나 목 · 팔이 저리면 목디스크,다리저림 증상이 두드러지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볼 수 있다.
무릎관절염은 통증이 없다면 건강상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발을 끌면서 걸으면 초 · 중기 관절염,연골이 마모돼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날 정도면 중증 관절염이므로 병원을 찾아 단계별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어제 대화한 내용을 잊어버린다
부모님이 사람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기 힘들어하거나,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거나,물건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거나,시장에서 거스름돈 받아오는 것을 잊는 등의 증세를 보이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갑작스런 성격 변화로 쉽게 짜증내거나,쓸데없이 배회하거나,혼자 있으면 안절부절못하고 보호자와 떨어지면 굉장히 화를 내며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있게 되면 초조해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화장실 옆에서 주무시는 부모님
야간에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부모님은 화장실 옆에서 주무시길 선호한다. 자다가 일어나 자주 소변을 보며 소변 줄기가 가늘면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방광염일 가능성이 높다. 방광염 등 감염질환이면 소변이 탁하고 냄새가 나는 증상이 동반된다. 소변량이 많고 체중감소,피로,갈증이 나타나면 당뇨병일 수 있다. 노인들은 장운동 기능이 떨어져 노인성 변비를 앓는 경우가 많다. 간혹 변비 증세가 대장기능저하가 아닌 대장암이나 직장암 때문에 생기기도 하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었다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거나,하룻밤에 자다 깨기를 5회 이상 반복하거나,이른 새벽에 잠이 깨 다시 잠들지 못하면 수면장애에 해당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낮 동안에 활기찬 기분을 느끼지 못하고,점차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짜증 및 불쾌감으로 주변 사람과 트러블을 일으키며,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므로 정신과 진료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말 소리가 커졌다
부모님이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커졌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봐야 한다. 청각의 노화가 시작되면 주로 '스 · 츠 · 트 · 프 · 크'와 같은 고음을 잘 못 듣는다. 사람들이 중얼거린다고 불평하거나,TV 볼륨을 자꾸 높이면 난청이다. 멀리 있는 것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자주 부시고 밝은 곳에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면 백내장일 가능성이 크다. 찬물을 마실 때 이가 시리면 충치나 잇몸질환이 의심되므로 치과치료를 한다.
전재우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건강검진과장은 "노인들은 중장년과 달리 열이 없는 염증,소리 없이 다가오는 심근경색증 등 두드러지지 않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노화현상 때문인지 질병 탓인지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며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이나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숨겨진 질환을 찾아낼 수 있게 자식들이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