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의경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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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선임)는 신으로 군림해.빨래,짐 정리,다림질,안마,커피 타주기 이젠 뭘 해주기 바라니? 너희 눈엔 훈련하다 연골 나가고 발바닥 벗겨지고 깁스하는 것 안 보이니? 우리는 너희가 동물 사육하듯 길들일 존재가 아니야.' 지난해 6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박모 의경이 미니홈피 일기장에 남긴 내용이다. 선임을 '신'으로,자신들을 '동물'로 표현했을 정도로 생활이 혹독했음을 보여준다. 박 의경 어머니는 아들의 병이 복무중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전 강원경찰청 307전경대 소속 전경 6명이 부대 이탈 후 서울경찰청에 신고한 가혹행위도 만만치 않다. 내무반에서 허리와 팔을 쭉 편 상태로 손을 무릎에 댄 채 귀를 어깨에 붙이는 '각잡기',눈동자를 돌리지 못하게 하는 '정면 뚫기' 등을 강요당했다. 동기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건 물론 세면장에서 거울도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규율담당 선임은 교육을 빙자한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307전경대는 2005년 알몸 신고식과 탈영 사태로 물의를 빚었던 곳이다. 당시 국가인권위의 조사까지 받았지만 악습이 개선되지 않아 이번엔 아예 해체해 버렸다.
경찰청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소속 이경 4500여명에게 피해 사례를 적어내도록 한 내용도 충격적이다. '잠을 자는데 코를 곤다며 뺨을 때렸다''배가 불러도 밥을 많이 먹도록 강요당했다''양손을 깍지 껴 가슴에 얹고 부동자세로 자게 했다' 등의 고발이 줄을 이었다. 누군가 실수를 할 경우 '개스'라는 단체벌칙을 내리기도 했다. '물개스'는 물을 못 마시게,'담배개스'는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식이다. 심지어 선임이 가운데 손가락을 빨게 하는 모욕적 행위까지 시켰다고 한다.
전 · 의경도 군과 마찬가지로 상명하복의 기강확립은 필요하다. 시위대와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만큼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한 규율과 가혹행위는 전혀 다르다. 규율이 아무리 세다 해도 합리적이라면 집단 이탈과 자살이 잇따르지는 않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4만여명이던 전 · 의경을 연차적으로 줄여 2013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2만3000명까지 감축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폐지가 어렵다면 근무 여건과 관리체제라도 확 바꿔야 한다. 가혹행위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얼마전 강원경찰청 307전경대 소속 전경 6명이 부대 이탈 후 서울경찰청에 신고한 가혹행위도 만만치 않다. 내무반에서 허리와 팔을 쭉 편 상태로 손을 무릎에 댄 채 귀를 어깨에 붙이는 '각잡기',눈동자를 돌리지 못하게 하는 '정면 뚫기' 등을 강요당했다. 동기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건 물론 세면장에서 거울도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규율담당 선임은 교육을 빙자한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307전경대는 2005년 알몸 신고식과 탈영 사태로 물의를 빚었던 곳이다. 당시 국가인권위의 조사까지 받았지만 악습이 개선되지 않아 이번엔 아예 해체해 버렸다.
경찰청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소속 이경 4500여명에게 피해 사례를 적어내도록 한 내용도 충격적이다. '잠을 자는데 코를 곤다며 뺨을 때렸다''배가 불러도 밥을 많이 먹도록 강요당했다''양손을 깍지 껴 가슴에 얹고 부동자세로 자게 했다' 등의 고발이 줄을 이었다. 누군가 실수를 할 경우 '개스'라는 단체벌칙을 내리기도 했다. '물개스'는 물을 못 마시게,'담배개스'는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식이다. 심지어 선임이 가운데 손가락을 빨게 하는 모욕적 행위까지 시켰다고 한다.
전 · 의경도 군과 마찬가지로 상명하복의 기강확립은 필요하다. 시위대와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만큼 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한 규율과 가혹행위는 전혀 다르다. 규율이 아무리 세다 해도 합리적이라면 집단 이탈과 자살이 잇따르지는 않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4만여명이던 전 · 의경을 연차적으로 줄여 2013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2만3000명까지 감축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폐지가 어렵다면 근무 여건과 관리체제라도 확 바꿔야 한다. 가혹행위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