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인 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9년 만의 강등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개선할 전략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민들이 국채를 사주지 않았더라면 일찌감치 터졌을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 민주당은 아동수당지급,고등학교 무상교육,고속도로 무료화 등 달콤한 복지정책을 쫓다가 결국 신용등급이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무상복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S&P의 조치는 재정악화를 막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정부와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인 셈이다. 일본은 고령화로 공적연금지급이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이 나빠졌다. 국가채무는 오는 3월 말기준 943조1062억엔(1경27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129%)나 이탈리아(104%)보다 훨씬 높다. 정부 예산을 빚(국채 발행)으로 메워온 결과다.

그럼에도 일본이 재정파탄을 맞지 않은 것은 국채의 93.7%가 국내에서 소화되고,금리는 제로 수준인데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S&P는 일본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지금은 통제되고 있지만 사회보장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가계저축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화 조치를 취할 확고한 전략이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간 나오토 정부가 자녀수당지급 등 퍼주기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 해외투자자들은 재정개혁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실망했다. 또 세수 확대를 위해 5%인 소비세를 10%로 인상하겠다지만 집권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신용등급 강등은 그런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는 일본보다 좋다. 하지만 무상복지 논쟁이 달아오르면서 재정건전화가 뒷전으로 밀릴 경우 우리도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지급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조세연구원은 어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 · 고령화 추세로 보건 및 사회복지분야 지출총액이 2009년 GDP 대비 9.41%에서 2050년에 22.32%로 높아지고 나랏빚도 2050년에 GDP 대비 116%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무차별적인 복지확대는 국가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밖에 없다. 재정안정성이 흔들리면 일본과 달리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금융시장혼란이 가중되는 등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은 무책임한 복지확대가 가져올 잠재적 위험을 미리 보여준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