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일본 신용등급 강등이 간 나오토 총리가 추진하는 소비세 인상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간 총리는 28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재정적 규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일본 재정 악화에 대한 일종의 '옐로 카드'"라며 "세수 증대 차원에서 향후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시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은 소비세 인상을 신속히 시행하라는 국제사회의 뜻"이라며 "우리는 아직 소비세라는 '쓰지 않고 있는 무기'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셈이다. 신용등급 하락이 계속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뢰 하락으로 위기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소비세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쪽으로 쏠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야권도 간 총리의 증세 논의에 응할 것이라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일본의 소비세는 현재 5%로,한국(10%)과 독일(20%) 스웨덴(25%)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10%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소비세는 일반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규모도 큰 세원(稅源)으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오는 6월까지 세수개혁 등 재정 건전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한 가운데 금융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1.13% 떨어진 1만360.34엔을 기록했고,한때 83엔대로 급락했던 엔화값은 전날과 비슷한 달러당 82.65~82.70엔대에서 거래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의 국가부도 위험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 신용등급 발표 직후 85bp(1bp=0.01%포인트)를 기록,5bp 올랐다. 그러나 이날 신용등급 강등 전과 비슷한 77bp까지 하락했다.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S&P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지만 무디스와 피치가 현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힌 데다 뉴욕증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인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또 포르투갈이나 그리스와 달리 일본은 국채의 95% 이상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니치 우지에 노무라홀딩스 회장은 "외국인들이 단기 매도에 나설 수 있지만 보유량이 미미해 시장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