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는 어제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공공기관 선진화는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며 그간의 공공기관 선진화가 군살을 빼는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체질개선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흔들림없는 개혁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여섯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 나왔지만 당초 계획에 비해 추진실적이 지지부진한 부문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공공기관 부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선진화의 제도적 과제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고 보면 정권 후반기에 개혁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기관의 규모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공감했지만 모두 한계를 드러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대중 정부는 민영화를 공공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했으나 정권 말에 후퇴하고 말았고, 지난 노무현 정부의 공공혁신은 근본적인 기능 재조정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과거보다 진전된 선진화 틀을 정립하기는 했지만 정권 초기의 강한 의지에 비해 약화된 측면이 있는데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동력도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당장 민영화와 지분매각, 출자회사 정리, 기능조정 등이 당초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곳들이 수두룩하고, 통폐합의 경우에도 실질적 통합과 거리가 멀게 운용되고 있는 기관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공공기관 축소라는 당초의 개혁의지가 무색할 만큼 버젓이 공공기관 신설에 나서는 부처들도 있다. 이래서는 공공기관 선진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공공기관의 부채문제도 심각하다.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부채와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은 정부부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국가재정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음을 정부는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한 이번 워크숍에서 공공기관 체질개선 등 선진화의 제도화가 특히 강조됐지만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갖는 공공성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공공성은 보장하되 공공재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여주면서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방안이다. 국민들은 공공기관의 선진화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정부가 개혁의 강도를 일관되게 유지할 때 공공기관도 적극적인 자구노력 등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