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코샤리 혁명' 운명의 주말…시위대, 대통령 관저까지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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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反정부 시위 전역으로 확산
우방 미국도 정치개혁 압박
정부, 3개 市에 통행금지령
피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우방 미국도 정치개혁 압박
정부, 3개 市에 통행금지령
피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시위가 28일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전국 규모로 확대됐다. 이번 주말이 30년간 집권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현 정권에 대한 정치개혁 압박도 무바라크의 진퇴에 변수가 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통신수단까지 차단하고 나섰다. 휴대폰과 인터넷 접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집트 정부의 통신 차단을 비난하고 나섰다. 반 총장은 "이집트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스민혁명에서 코샤리혁명으로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정오 예배를 마치고 수도 카이로,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와 나일델타 등 이집트 전역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 밤 정부가 야권 인사 20명을 체포했지만 시위는 예고된 대로 진행됐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대와 거리를 둬왔던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도 이날 시위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시위가 탄력을 받았다.
시위대는 카이로에 있는 대통령 관저 인근까지 진출해 경찰과 맞섰다. 무장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고무총탄을 발사했다.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질 태세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집트의 오랜 우방인 미국도 무바라크 정권에 일침을 놨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시위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폭넓은 여론수렴 방안을 만들어 정치개혁에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집트 정부는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전적으로 필요하다"며 무바라크를 압박했다. 여기엔 친서방 성향의 이집트 정정불안으로 미국의 대중동 및 아프리카정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담겨 있다.
◆이집트 경제에 직격탄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이집트의 EGX30지수는 27일 전날 대비 11% 하락한 5646.50을 기록했다. 2008년 10월 이래 최저치다.
이집트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관광산업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AP통신은 "이번 소요 사태가 길어지면 겨울 성수기를 맞은 이집트 홍해 연안 관광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고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시위가 대통령 축출로까지 이어지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빈곤층을 위해 임금을 인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등 무바라크 정부의 유화책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구식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지지세력과 이슬람원리주의를 내세운 무슬림형제단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시위 확산
반정부 시위는 튀니지와 이집트를 넘어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예멘 수도 사나에서 1만6000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27일 보도했다.
시위대는 대통령 퇴진뿐 아니라 부정부패 척결,빈부격차 해소 등을 주장했다. 가봉에서도 반독재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가봉 수도 리브르빌에서 시민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대치해 12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번 시민혁명 물결의 진원지인 튀니지도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다. 튀니지 과도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날 개각을 단행했다. 여야 통합 과도정부가 출범했으나 집권여당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자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 코샤리 혁명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를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에 빗댄 말.서민들이 시위의 주축이 됐다는 의미에서 쌀이나 짧게 자른 면을 소스에 비벼 먹는 이집트의 서민음식인 '코샤리'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