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7일 급히 귀국하면서 그가 앞으로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2009년 11월 IAEA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줄곧 오스트리아에 머물러왔다. 그는 귀국길에 앞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국민,특히 젊은이들이 내가 변화에 앞장서기를 원한다면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 퇴진 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올 9월 실시 예정인 이집트 대선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혀왔다. 그는 IAEA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성명을 내고 선거 절차가 민주적으로 치러진다는 것을 전제로 대선 출마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0년 11월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가 집권당에 유리하게 조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야권에 선거 거부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작년에는 이집트 최대 야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이 엘바라데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그가 반정부 시위의 핵심 인물로 적합한지 여부를 두고 논란도 만만찮다. 2005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는 무바라크 대통령과 달리 부패하지 않았다는 평가지만 그동안 해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국내 정세에 어둡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지지세력이 제한적인 것도 약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시위의 주축인 서민층보다는 중산층의 지지를 주로 받기 때문에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통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득권 세력이 변화를 두려워 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입지를 좁힐 것으로 분석된다. '안전과 국방'을 지난 30년간 통치 이념으로 내세운 무바라크 정권은 예상보다 결속력이 단단하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현 이집트 정부는 튀니지 정부와는 다르게 군부와 서방 국가들,그리고 많은 권력자 및 부유층과 끈끈하게 결탁돼 있다"며 "기득권층은 현 정권을 지지하고 있고 최악의 경우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다른 지도자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