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들어옵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든 지난 주말 오전 7시30분.CJ GLS 옥천터미널에서 새벽부터 달려온 6t 트럭이 서울 동대문터미널에 꽁무니를 붙이면서 택배배송 일과가 시작됐다. 80m짜리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선물용 햄과 굴비세트 소포 등 각종 상자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경광준 CJ GLS 동대문지점장은 "평소 하루에 6000상자를 배송하는데 요즘 같은 시기엔 8500상자씩 실어나른다"며 "작년 설보다 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자와 함께 용두동 100 번지 일대를 맡은 7년차 베테랑 배송기사 박성희 팀장(28 · 남)이 이날 배송할 물량은 180개.분류작업을 마친 뒤 출발한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오후 4시부터는 고객들이 맡길 택배상자를 수거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을 굶는다 쳐도 1분30초에 1개꼴로 5시간 안에 마쳐야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배송기사들은 상자당 평균 850~900원의 수당을 받는다.

용두동 100 일대는 서민형 다세대 주택과 가정형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다. "여긴 기본이 4층이에요. 엘리베이터는 없어요. 무조건 뛰어야 합니다. " 눈이 채 녹지 않은 골목길을 엉거주춤 뛰어다녀야 했다. 박 팀장의 1t 트럭은 시속 40㎞를 넘기 어려웠고 미끄러질 뻔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올해 택배업체들의 설 배송물량은 작년 설보다 25%가량 증가해 1억상자를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상 최대 물량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용두동 서민들의 '윗목 경기'는 아직도 싸늘한 듯했다. 선물세트는 햄이나 멸치 · 참치 세트,기업이 고객들에게 단체로 보낸 식용유 등의 생활용품 세트가 전부였다. 박 팀장은 "구제역 영향에다 과일값이 올라 한우와 과일세트가 지난 설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가격이 싼 햄이나 생활용품이 많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의 전체 선물세트 판매량이 작년 설보다 58.3% 늘어나고,과일과 정육 · 갈비세트가 각각 73%와 34% 늘어난 것과는 딴판이다.

남성들이 택배를 받는 집도 많았다. 박 팀장은 "최근 3년 사이에 집에 있는 가장이 늘어난 것 같다"며 "경기회복의 온기가 '윗목'으로 하루 빨리 퍼져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생활경제부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