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재 · 보궐 선거가 판이 커졌다. 광역의원 선거까지 합해 현재 14곳에서 선거가 확정돼 선거 숫자도 많아졌지만,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따져볼 때 정치권의 부담이 상당해졌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치른 여섯 번의 재 · 보궐 선거를 보면 작년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야당의 일방적 승리,지방선거 이후에는 여당의 선전으로 요약된다. 지방선거 이전까지 재 · 보선이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면,지방선거 이후에는 야당의 공천 실패와 여당의 새로운 인물 기용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선거의 관심은 단연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다. 이전 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출신의 김진선씨가 내리 세 번 당선됐고,특히 재선 이후에는 70%가 넘는 득표를 해 한나라당 텃밭으로 간주됐었다. 그런데 작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이광재 후보가 당선됐고,이를 두고 전통적인 보수성향의 강원도 민심이 변한 것인지 혹은 후보자 개인의 영향력 때문인지 설왕설래했다.

강원도는 지역지배정당이 없는 곳이다. 한나라당이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실지(失地) 회복이고,지난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는 선거전략의 실패였음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이 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할 절실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4회 지방선거에서 광역의회 의석비율이 94.7%였는데,지난해 선거에서 52.4%로 급락한 위기상황 속에서 이번 선거마저 패하는 것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선거의 승리를 통해 그동안 구설수에 시달려온 안상수 당 대표가 입지를 전환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이 또다시 승리한다면 강원도 민심의 이반 가능성을 짙게 한다. 그 원인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건,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심정적 동정이건 유권자들 다수가 민주당을 선택한다면 상징적으로 민주당은 정국의 기세를 잡을 수 있다. 만일 민주당이 패한다면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는 강한 내부 비판과 불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볼 수 없는 손학규 대표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지도부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선거공학적인 분석보다 중요한 것은 또다시 지방선거가 중앙선거의 대리전 양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야당은 정권심판을 들고 나올 것이고 여당은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개헌논의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를 치르는 본질적 이유인 지방정부의 자율성 향상은 정치인들에게는 뒷전의 이야기일 따름이다.

강원도지사 선거 이외에 기초단체장 선거 두 곳이 확정돼 있다. 지방행정의 책임자인 단체장들이 바뀐다면 정책의 방향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책의 혼선과 예산집행의 비일관성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권자들이 위법을 저지른 후보를 뽑았으니 그 책임도 국민이 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만이 선거에 나서는 자기검열이 절실한 때다. 재판을 통해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법한 후보를 공천한 정당에 대해서도 처벌이 필요하다. 소속정당의 공천을 금지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정도의 벌칙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현우 < 서강대 정치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