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특보 자리가 지속적으로 늘었다. 초창기 사공일 경제 특보 한 명뿐이었던 특보가 지금은 9명이다. 특히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형준 전 정무수석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상근특보로 정식 출근한 데 이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보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참모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측근 정치,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보 현황과 역할은

특보 제도는 박정희 정권 때인 1970년 처음 도입됐다. 특보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김원기 이강철 김두관 이해찬 문재인 이병완 김혁규 문희상 이정우씨 등 권력 중추 세력들이 특보를 지내면서 인재풀 역할을 했다.

현재 경제 언론 등 9명의 특보가 각 분야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현안 판단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면면을 볼 때 단순 조언 그룹으로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강만수(경제) 김덕룡(국민통합) 박형준(사회) 이동관(언론)특보와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유 전 장관은 대선 또는 그 이전부터 이 대통령을 도왔던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현 정부에선 핵심 직책을 맡아 이 대통령의 복심 역할을 했다.

역대 정권 특보들은 대부분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았으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강 특보와 청와대에 자리잡은 이희원 특보를 제외한 다른 특보들은 청와대 인근 창성동 별관에 둥지를 텄다. 매달 한 차례 정도 모여 국정 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성동 별관은 권력의 또 다른 산실'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31일 임명된 박형준 이동관 두 특보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식 특보 타이틀을 달기 전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문 작업에 참여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기획을 하거나 정권 말 권력 누수를 막고 국정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공식 조직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참모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충성도가 높은 두 특보를 기용했다"거나 "참모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이 나돈다.

◆"보은 · 회전문 인사"비판도

특보는 비록 무보수이지만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도 있다. 청와대가 "남은 임기 동안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조언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으나 '힘 있는 특보'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권형기 한양대 교수는 "정부의 기능들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차기 대선과 관련된 일을 한다면 대단히 민감한 문제로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특보는 공적 조직의 한 형태이지만 그 자리에 '대통령의 사람'들이 간다는 점에서 사조직 성격이 더 강하다"며 "자칫 청와대 참모들과의 마찰로 공조직의 힘을 빼고 국정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