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밀집해 '홍콩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홍콩섬 센트럴 지역.홍콩계 은행인 동아시아은행 1층 영업점 창구마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이 은행이 작년 12월 중순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위안화 예금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20분째 기다린다는 베키 림씨는 "금리는 연 0.8%대로 낮지만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추가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로 위안화 예금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은행의 위안화 예금 상품에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2억2000만위안(2061억원 정도)이 몰렸다. 샐리나 통 동아시아은행 홍보담당은 "위안화 예금 외에 보험도 위안화 가치 절상을 기대하는 자금 수요가 몰려 비교적 여유있는 개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예금과 보험뿐 아니라 위안화 채권,펀드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위안화 예금 잔액은 작년 초 500억위안이던 것이 연말에는 2796억위안으로 5배 이상 늘었다.

딤섬본드로 불리는 홍콩 내 위안화 채권 발행도 쉬워지면서 2009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도 위안화 금융상품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콩에 위안화 투자 열풍이 분 것은 지난해 7월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금융관리국이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하면서부터다. 줄리아 렁 홍콩금융관리국 부국장은 "홍콩 내 중국계 증권사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거래도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홍콩에서는 이미 홍콩달러와 함께 위안화가 공식 통화로 쓰일 정도"(렁 부국장)다. 상점 주인들도 위안화를 선호하는 추세다.

위안화 무역결제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위안화 무역결제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홍콩을 통한 무역의 절반이 위안화로 이뤄지고 있다.

박천웅 미래에셋 홍콩법인장은 "중국이 홍콩을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계획이 착착 실행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콩이 중국을 등에 업고 역외 위안화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싱가포르가 우위를 점하던 아시아 외환시장 중심축이 홍콩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