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6일째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다고 외신들이 30일 보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측근을 부통령으로 기용하며 권력 이양 의사를 내비쳤지만 시위는 더욱 격해지는 양상이다. 영국,독일,프랑스 정상은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무바라크에게 폭력적인 시위 진압 자제와 공정선거 실시 등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카이로 남부 베니 수에프 지역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해 17명이 숨지는 등 최근 일주일 동안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부상자 2000명을 넘어섰다. 이 통신은 현지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28일 '분노의 금요일' 시위로 카이로 수에즈 알렉산드리아 등 3개 대도시에서 6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사망자가 15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카이로 시내에는 군병력이 배치됐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측근인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에,아흐메드 샤피크 전 항공부 장관을 총리에 임명했다. 전문가들은 권력 이양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 쪽에 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알 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람의 교체가 아니라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시위 장기화로 경제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수에즈운하가 폐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은행과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아 금융시장도 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현지 야간 통행금지로 지난 29일부터 카이로에 도착하는 여객기를 주간 시간대로 바꿔 지연 운항하고 있다.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현지 진출기업들도 주재원과 가족들에게 귀국 조치를 내렸다. 이집트로 관광이나 성지순례를 온 한국인 여행객 수백명도 현지 일정을 취소했지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