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대만 파워칩 D램 반도체 공장을 인수키로 했지만 국내 업체에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D램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삼성전자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엘피다는 제휴관계에 있는 파워칩 주력공장을 인수키로 결정하고 현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엘피다는 당초 인수합병을 고려했지만 파워칩 D램 사업부를 두 단계에 걸쳐 흡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분기 대부분 대만 D램 업체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다 엘피다도 200억엔(27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파워칩이 자사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첨단제품을 엘피다로 이전키로 함에 따라 향후 D램 가격이 상승,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 판단이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우선적으로 엘피다는 현금 고갈(Cash burning) 상태에 있는 파워칩 라인을 가동중단 할 것"이라며 "과거 현대전자와 LG반도체 합병시에도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이 생산라인 재조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D램 가격이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서 엘피다 관련 이슈는 D램 가격상승 폭을 크게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이 여전히 우위에 있는데다 수익 안정성이 높은 스페셜티 D램 시장내 지배력 또한 확대되고 있어 긍정적이란 진단이다.

임홍빈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5년간에 걸쳐 일본과 대만 업체들 간 합병 이슈는 오히려 한국업체의 승자 독식화에 도움이 됐다"며 "원가경쟁력의 격차 확대,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증권사들은 '호재 겹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려잡고 있다.

신현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휴대폰, LCD TV 부문의 독보적인 시장지위가 유지되고 있다"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태양전지 등 신규 사업 모멘텀(동력)도 충분해 목표주가를 기존 109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15만원에서 125만원으로 8.7% 상향 조정했고, SK증권은 115만원, IBK투자증권 120만원, NH투자증권 130만원, 교보증권 135만원으로 각각 올려잡았다.

하이닉스의 경우 교보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상향 했고, 솔로몬투자증권은 기존 3만1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올렸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며 하이닉스의 성장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특히 스페셜티 D램 비중 확대와 26nm 낸드의 본격 양상으로 해외업체와의 경쟁력 격차가 월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