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사적 쾌거라고 했던 2009년 말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를 둘러싸고 또다시 이면계약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UAE 파병에 이어 이번에는 금융조달과 관련해 우리 측이 건설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억달러가량을 수출입은행을 통해 UAE에 대출해 주기로 했다는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면계약은 없었다며 해명했지만 그동안 건설비는 UAE가 모두 대고 우리는 턴키방식으로 인도하는 것으로 알았던 국민들로서는 사뭇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원전 수주를 홍보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일부러 이 같은 내용을 숨겼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물론 정부로서는 수주경쟁이 치열했던 데다 첫 해외수주였기 때문에 다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거나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고,더구나 원전의 향후 수주전략과 관련해서도 계약 내용을 일일이 다 밝히기 어려웠던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애로가 있었더라도 어차피 나중에 드러날 사안이었다면 오해가 없는 범위에서 솔직히 공개하는 것이 불필요한 의혹을 일으키지 않는 길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미숙한 판단으로 논란이 제기됨으로써 사상 첫 원전수주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추가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원전처럼 덩치가 큰 해외 프로젝트일수록 수주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최근 원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소들 뿐 아니라 금융조건, 나아가 국방 등 안보적 측면까지 협상 패키지에 부대조건으로 포함되는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수주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 역시 이런 경쟁 양상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은 국민들도 이해 못할 바 아닐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준비가 미흡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자세도 안돼 있다는 점이다. 추가 원전수주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번 기회에 범부처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민 · 관의 협력체제 등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낙후된 금융이 해외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