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보편적 복지 재원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손 대표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재원 증설이나 급격한 증세 없이 재정개혁,부자감세 철회 등 조세개혁과 건보개혁으로 우리의 보편적 복지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자 정 최고위원이 "국민 앞에 좀 더 정직해져야 한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분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잠룡들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후 줄곧 주장했던 당내 보편적 복지국가 특별위원회 구성을 하기도 전에 복지재정조달기획단(TF)을 만든 것은 마차가 말 앞에 온 꼴"이라며 "게다가 이 정부의 소통부재를 질타하면서 과연 우리는 국민,당원과 소통했는가의 문제에서 절차의 문제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지난 전대 때 당의 정체성을 중도개혁주의에서 진보적 길을 정했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전당원 투표제를 실시해 깊이 논의해야 한다"며 "내용면에서도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제2의 MB정부'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논의는 지금처럼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 노선이라는 '제2의 MB정부'를 선택할 것인가,보편적 복지국가 노선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대단히 중대한 문제로 본격적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복지를 얘기하면서 세금을 얘기하는 건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은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아주 초보적인 상식이 무너져 있는,그래서 조세정의가 무너진 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런 차원에서 조세혁명을 단행해야 하고 당원의 84%가 부유세를 지지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사실상 차기 대선경쟁이 점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총선,대선을 앞두고 당내 대선주자들이 벌써부터 복지 쟁점을 선도하기 위한 노선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이 이날 "민주당이 집권하면 '아 이렇게 세상이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구나'하는 꿈과 청사진을 그리는,즉 봉황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얘기다. 정 최고위원 측은 "당내 보편적 복지국가특위 구성도 우리가 줄곧 주장한 만큼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뜻도 분명히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