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UAE 원전, 불신 계속되는 이유
이명박 정부의 최대 경제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 계약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형 원전 4기를 짓는 데 드는 186억달러 가운데 100억달러가량을 한국수출입은행이 조달해 UAE에 28년간 빌려줘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그동안 UAE 원전에 대해선 '자금 조달은 UAE가 전담하고 한국은 건설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알려져왔다. 정부와 주사업자인 한국전력도 그렇게 홍보해왔다.

이면계약 의혹이 쏟아지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31일 해명 자료를 내놨다. "원전 등 해외 플랜트 수주에 대한 수출 금융 지원은 국제적인 관례이며,미국 일본 등도 자국의 해외 플랜트 수주를 위해 수출 금융 대출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경부는 UAE 원전을 수주한 지 1년이 넘도록 그런 얘기를 왜 한번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게 해명하지 못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느 시점에 그런 얘기를 해야 할지 애매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수출입은행은 100억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에 협조를 요청했지만,참여 의사를 밝힌 은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장기 대출에 따른 리스크가 커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작년 1분기에 예정됐던 대주단 구성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UAE 원전을 둘러싼 이면계약 의혹은 지난해 11~12월 UAE에 130여명의 국군 파병을 결정할 때도 제기됐다. 그때도 정부는 "파병과 원전 수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원전 수주 과정에서 파병 거론이 있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UAE 원전 수주는 프랑스 일본 등 세계적 원전 강국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수주가 힘들었을 것이란 지적도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부각시키느라 국민이 알아야 할 기본 사실조차 숨기는 듯한 정부의 태도다. 벌써부터 '정부가 또 뭘 감추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