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이 벤처 붕괴 후 '금기'시했던 프라이머리-부채담보부채권(P-CBO)을 10년 만에 다시 발행한다. 또 올해 벤처 · 중소기업 등에 총 16조7000억원을 보증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기업,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보증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사진)은 3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2011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기보는 올해 3000억원 규모의 P-CBO를 발행한다. P-CBO는 특수목적회사(SPC)가 부실기업의 채권을 모아 이를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기보가 보증해주는 방식이다. 기보는 2001년 2조3000억원의 P-CBO를 발행했다가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75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기보는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했다. 기보가 다시 P-CBO 발행에 나서는 것은 벤처산업이 확연하게 부활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투자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진 이사장은 "내년에는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등 그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체 보증 규모는 1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00억원가량 감소한다. 내용면에서는 지원성과가 낮은 장기 · 고액보증을 줄이고 대신 고용창출 효과가 큰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진 이사장은 "보증비율과 보증료율을 우대하는 고용창출특례보증 제도를 만들어 2조원을 공급할 것"이라며 "업종,성장성,수익성,상시종업원 수 등을 평가해 향후 고용효과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녹색기업에 2조원을 보증지원하고 지식 · 문화산업 보증 비중도 현재 11%에서 1%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기보는 또 올해는 은행과의 협약 등을 통해 1만8000개 기업의 보증료 390억원가량을 깎아주기로 했다. 현재 기보의 보증료율은 1.3%로 기업이 1억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135만원을 기보에 내야 한다. 기보는 국민 · 신한은행과 협약을 맺어 기술창업 기업에는 0.5%의 보증료율을 적용하고 대기업 협약기업,새싹기업(창업 5년 이하 기업 중 보증 1억원 이하 기업) 등도 보증료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 스몰 자이언트(한국형 강소기업)육성을 위해 600개의 예비스타 벤처기업을 선정, 7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기보는 기금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기보는 기업이 은행 대출을 못 갚으면 이를 대신 변제해주고 신용정보회사 등을 통해 채권추심에 나섰다. 하지만 앞으로는 추심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채권을 모아 매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진 이사장은 "기보가 가진 전체 부실채권 8조4000억원 물량 중 우선 5000억원어치를 팔 것"이라고 밝혔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