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09년 12월 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28년간 100억달러가량을 UAE에 빌려주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UAE에 한국형 원전 4기를 짓는데 드는 186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31일 해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장 큰 논란은 이면계약 의혹이다. 정부와 주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원전 수주 계약 이후 1년 넘게 수출금융 얘기를 일절 꺼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해명 보도자료에서 "원전 등 해외 플랜트 수주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미국 일본 등도 자국의 해외 플랜트 수주를 위해 수출금융을 제공한다"고 반박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100억달러는)처음 입찰할 때 조건을 내세웠던 것"이라며 "이면계약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100억달러 조달을 책임져야 하는 수출입은행이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 신용등급을 고려할때 UAE보다 한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더 들어 역마진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UAE의 신용등급은 AA로 한국(A)보다 두 단계 높다.

그러나 지경부는 "원전 수출에 대한 수출금융 대출 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 이상으로 대출해야 한다"며 "역마진 발생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OECD 수출신용협약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는데 한국은 OECD 회원국이므로 가장 높은 등급인 반면 UAE는 등급이 낮다"며 "구체적인 조달금리는 밝힐 수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역마진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당초 작년 1분기에 구성하려던 대주단 구성이 계속 미뤄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UAE에 대한 수출금융의 수익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UAE 원전 사업의 기공식이 수차례 미뤄진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 내에선 이 대통령이 당초 지난해 12월 또는 올해 1월 기공식 참석을 위해 UAE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그 시기가 3월 이후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공사계획에 따라 부지 조성,시설 공사를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다만 원전 부지에 대한 환경평가 등 인 · 허가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UAE는 기공식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