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은 간단하다. 나이 들었다고 기 죽지도,세상을 달관한 척 굴지도 말라는 것이다. 나이 먹었다고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내 나이가 몇인데 관두자" 식으로 억누르거나 나이가 많으니 점잖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 건 인생을 쓸쓸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그는 친구를 비롯 주위의 많은 이들이 빗살 빠지듯 저세상으로 갔지만 자신은 언제나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마음으로 산다고 적었다. 여든살이 마흔살보다 건강하지 않고 쉰살보다 인생을 즐기기 어렵다고 보지 않는 건 물론 스무살이 여든살보다 낫다고 여기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지장보살과 관음보살 부처님 등을 그린다는 그는 솜씨를 늘리려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불필요한 갑옷을 걸쳤거나 이상한 버릇이 붙진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낮엔 열심히 작품을 다듬고 밤이 되면 하얀 머리에 수염을 잔뜩 기른 모습으로 술집에 가는 불량노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전하는 불량함이란 시들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타성이 생기면 끝이란 주장이다. 젊은 시절 '삶이란 무엇인가'란 고민에 빠져 전국을 방랑하며 걸식도 했다는 그는 그 답은 알 수 없다며 어차피 모르는 거라면 아는 체 말고 흔들리며 사는 것도 괜찮다고 털어놨다.
사람도 있는 그대로 믿어보라고 권한다. 남을 믿지 못하는 건 결국 자신을 못믿는 건데 그건 서글프니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겁쟁이가 되기보다 기꺼이 속아주겠다는 마음을 지녀보라는 조언이다.
'인생도 여행도 가볍게 하라.준비란 온갖 걸 갖추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만 꾸리는 일이다. 모든 도구가 있어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길 때보다 냄비 하나로 뭘 할지 생각할 때 더 재미있다. 가능한 것부터 신경써보면 뜻밖의 지혜가 솟아나고 편해진다. '
제목과 달리 ‘생기있게 나이드는 법’을 담은 이 책에서 그는 또 어설픔이야말로 희망이니 결점은 놔두고 영 밥맛 없는 사람에겐 ‘웃는 얼굴로 안녕을 고하라’고 덧붙였다. 다시 설을 맞는다. 한 살 더 먹는 나이 때문에 주눅 들지 말고 힘차 게 달려 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