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터진 후 기업의 경영진 중 가장 바빠진 사람이 최고재무책임자(CFO)다. 단순히 회계장부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전략 결정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기업의 상품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곤 한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위기를 동반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경비를 줄이고 투자 효율을 따지기 위해 CFO의 권한을 크게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CA테크놀로지의 낸시 쿠퍼 CFO는 마케팅 회의에 자주 참석한다. 어디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때로는 마케팅 부서에서 원하는 판촉활동의 지출을 삭감하기도 한다.

예전의 경기 회복기와 달리 더디게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CFO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보스턴컨설팅의 제프 코젠 선임파트너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와 재무건전성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CFO의 역할이 커지면서 전략적 CFO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데이터통합서비스 회사인 인포메티카의 얼 프라이 CFO는 경기침체기에 고객서비스와 기술 지원 부문을 맡았다. 최근에는 새로 개발한 서비의 가격 결정 회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스콧미러클그로의 데이브 에번스 CFO는 최근 기획과 신사업개발 사업부문을 맡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