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일 좌담회에서 대선 때 충청권 유치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과 관련,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혀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앞으로 발족하게 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부지 선정 문제를 비롯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하고 토론해서 결정하게 되는 만큼,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충청도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냐"는 패널의 질문에 "그것은 똑같다. 위원회가 발족하니까 거기에서 아주 잘 할 것"이라고 애매모호하게 피해 나갔지만 원점 재검토를 밝힌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가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정책공약집에서 과학벨트 조성을 약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공약집 50쪽에는 우리나라가 초일류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과학벨트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행복도시,대덕연구단지,오송 · 오창의 BT · IT 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역별 공약집에도 충남 지역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기초과학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돼 있다.

대선 당시 충청 유치 공약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표를 얻으려고관심이 많았겠죠"라고 말한 후 "그러나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공정하게 과학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공약 파기로 해석되자 "백지화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희정 대변인은 "발언의 정확한 뜻에 대해 물어봤는데 대통령은 '공약백지화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각 지역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투명하게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정책이 정당성을 갖는다"며 "공약 파기는 아니다. 충청권에 도움이 된다는 부분을 잘 검토해 주면 된다"고 해명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