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올랐다 해도 이렇게 오른 줄은 몰랐어요. 과일이랑 채소 육류를 가릴 것 없이 다들 천정부지로 치솟아 차례상을 제대로 차리기가 버거운 지경입니다. "

서울 양재동에 있는 농협 하나로클럽.제수용품을 장만하러 나온 한 소비자는 1일 쪽파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가격표를 들여다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연초부터 생활필수품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선식품 가격이 1년 사이에 평균 30% 올라 배추 대파 과일 등이 최고 2배 넘게 치솟고,돼지고기 가격도 80% 넘게 급등했다.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정부가 내세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3%)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설 대목 덮친 '물가 폭탄'] 돼지고기·녹두·미나리 1년새 두배…"차례상 차릴 엄두가 안나"
◆제수용품값 최대 2배 치솟아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각종 제수용품과 신선식품은 계속 급등하고 있다. 명절에 수요가 집중되는 사과 소매가격(농수산물유통공사 조사 기준)은 1년 전에 비해 60% 뛰었다. 사과 10개 상품(上品) 가격은 서울 영등포시장,부산 부전시장,대구 남문시장 등 전국 주요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에서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31일 평균 3만182원에 거래됐다.

사과와 함께 명절 선물용 · 제수용으로 많이 찾는 배(신고 10개) 소매가격도 작년 이맘때보다 37% 뛰어 평균 3만850원에 팔렸고,겨울 과일인 단감과 감귤도 각각 23.2%,40.6% 올랐다. 이동수 서울농수산물공사 전산정보팀 과장은 "작년 봄 개화기 때 비가 많이 온 데다 가을에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의 영향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전체 과일 생산량이 한 해 전에 비해 15%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참조기 한 상자(10㎏ · 상품)는 1일 6만5000원에 경락돼 1년 전보다 13% 올랐다.

올 겨울 한파의 영향을 받은 채소값 상승률은 더 가파르다. 지난달 31일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5221원으로,1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던 작년 가을보다는 안정됐지만 1년 전에 비해선 여전히 111.7%나 올랐다. 대파는 1년 만에 115.4% 오른 ㎏당 평균 4893원에 팔리고 있다. 대표적인 겨울 음식인 미나리는 ㎏당 9155원으로 97.4% 급등했으며 팥은 1만5698원으로 85.7%,녹두는 1만4400원으로 69.6% 올랐다.

◆돼지고기는 1년 새 80% 넘게 뛰어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돼지고기(박피 · E등급 제외) 전국 경매 평균가는 ㎏당 6795원이다. 8000원 선을 넘었던 지난주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1년 전(3715원)보다는 82.9% 급등한 가격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작년 11월29일(3887원)에 비해서도 74.8% 뛰었다.

대형마트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마트에선 삼겹살(100g)이 1년 전의 980원에서 71.4% 오른 1680원,목살은 960원에서 141.6% 급등한 2320원에 팔리고 있다. 앞다리살과 뒷다리살도 57.2%,55.5% 오른 1510원과 9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삼겹살 등 돼지고기는 야외활동이 적은 겨울에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품목인 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급등한 것은 구제역으로 인한 공급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욱 농협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쇠고기 수요가 많은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감소해 가격이 소폭 떨어졌다"며 "설 연휴 이후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공급량이 부족한 돼지고기값은 다시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료 · 두부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올라

올해 제품마다 줄줄이 가격이 인상됐던 대표적인 품목은 음료다. 코카콜라음료는 새해 첫날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13개 품목 공급가격을 4.2~8.6% 인상했다. 지난해 12월1일 음식점에 공급하는 코카콜라,DK,환타 등 10개 품목 가격을 평균 3~4% 인상한 데 이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에 공급하는 품목의 공급가격을 올린 것이다. 한국네슬레는 같은 날 자사 커피제품인 테이터스 초이스 등을 품목에 따라 8~12% 올렸다.

풀무원 CJ제일제당 등 두부업체들은 작년 말 20% 정도 가격을 인상했다가 정부의 '압력'에 밀려 5~6%가량 다시 인하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